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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의 밤바다 빛이 바랜 이유는?

1. 반짝이던 밤바다, 올해는 유난히 어두웠다남해안은 오래전부터 ‘밤바다가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특히 여름철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야광 플랑크톤(형광성 생물)**은밤에 파도가 부딪히면 푸른빛을 내뿜으며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한다.나 역시 매년 여름, 통영과 남해, 여수 일대를 여행하면서밤마다 해변에 앉아 은은하게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하지만 2025년 6월, 통영 미륵도에서 바라본 바다는 달랐다.빛이 없었다.물결은 일렁였지만,그 속에서 반짝이던 파란 빛은 흐릿하거나 거의 사라진 수준이었다.해변 근처를 지나는 낚시꾼 A씨는 이렇게 말했다.“예전엔 밤마다 바닷물이 반짝였는데,요즘은 그냥 까만 물이에요.이상하게 물 비린내도 많이 나고요.”이 글은 실제로 남해안에서 감소하..

기후학 2025.07.07

논산 강경읍의 여름 비 소리, 왜 올해는 안 들릴까?

1. 매년 듣던 소리가, 올해는 들리지 않았다논산 강경읍은 여름마다 일정한 리듬이 있었다.6월 말이면 장마 전선이 내려오고,논두렁 사이로 내리는 빗소리는 사람들의 하루를 잠시 멈추게 만들었다.비가 오면 일도 쉬고, 땅도 쉬고, 사람도 숨을 쉬었다.하지만 2025년 여름, 이 지역을 찾은 나는그 익숙한 소리가 사라진 풍경을 마주했다.강경읍 근처 논두렁을 걸으며 만난 A씨(60대 농민)는 이렇게 말했다.“원래 지금쯤은 장맛비가 들이붓고 있어야 되는데,올해는 흙이 가뭄처럼 갈라졌어요.밤에도 빗소리 하나 없이 조용해요.”단순히 비가 적게 왔다고 넘기기엔이곳 사람들의 얼굴엔 답답함과 불안함이 가득했다.이 글은 논산 강경읍에서 실제 체감한 '비의 부재',그리고 그 배경에 숨어 있는 기후 변화의 징후들을 기록한다.2..

기후학 2025.07.07

속초 해수욕장의 해파리 경보, 올해는 왜 더 빨랐을까?

1. 경보는 더 빨랐고, 바다는 더 따가웠다2025년 6월 말, 나는 속초 해수욕장에 도착했다.성수기를 앞두고 이른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바다로 몰려들고 있었지만,백사장 입구에 설치된 전광판엔 눈에 띄는 문구가 떠 있었다.“해파리 출몰 경보 발령 – 주의 요망”예년 같으면 7월 중순 이후에나 종종 올라오던 문구였지만,올해는 6월 25일에 강원도 환동해본부에서 해파리 조기 경보를 발령했다.나는 해수욕장 관리소 직원에게 상황을 물었고,그는 “올해는 유난히 빨라요. 벌써 두 번이나 출몰 신고가 들어왔어요.”라고 말했다.해파리는 여름철 동해안에서 드물지 않은 생물이지만,출몰 시기가 앞당겨지고 개체 수가 증가하는 현상은 분명한 이상 신호였다.이 글은 속초 해수욕장에서 실제로 체감한 해파리 경보의 조기화,그리고..

기후학 2025.07.06

장흥 표고버섯 농가, 여름에도 자라는 이유는?

1. 원래는 피해야 할 계절, 그런데 자라기 시작했다장흥은 대한민국 대표적인 표고버섯 생산지다.이 지역은 산지형 기후와 맑은 물, 그리고건조한 봄·가을의 기후 조건이 맞물려자연재배용 원목 표고버섯 생산에 최적의 환경으로 평가받아왔다.그런데 최근 몇 년, 특히 2024년부터 2025년 사이여름철(6~7월) 표고버섯이 예정되지 않은 시점에 자라기 시작했다.장흥 관산읍에서 20년째 표고를 재배하는 A씨는“여름엔 원래 버섯이 안 자라요. 습도도 문제지만, 온도가 너무 높으니까.근데 작년부터는 7월 중순인데도 갓이 열리고 있어요.”라고 말했다.이는 단순히 "버섯이 많이 나서 좋은 일"이 아니다.자라지 말아야 할 때 자라는 작물은결국 품질, 균형, 공급 체계 모두를 흔들 수 있는 이상 현상이다.실제로 일부 농가는 ..

기후학 2025.07.06

청송 사과가 예년보다 일찍 익는 진짜 이유는?

1. 빨개지는 사과, 달라진 타이밍경북 청송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과 산지다.특히 청송사과는 아침 저온과 낮의 일조량이 만들어내는 높은 당도와 아삭한 식감으로 유명하며,매년 가을이 되면 빨갛게 익은 청송사과를 찾기 위해 전국에서 소비자가 몰린다.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사과 재배 농민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변화가 있다.“올해는 사과가 너무 빨리 익었어요.9월인데 이미 10월 중순 사과처럼 보여요.”나는 2025년 9월 초, 청송 현동면과 파천면 일대를 돌며사과밭 세 곳을 직접 방문했고,이전보다 빨리 착색되고, 수확 시기를 앞당기는 분위기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이 글은 청송 사과의 조기 익음 현상,그리고 그 원인이 단순한 기후 탓이 아니라기온, 일조량, 생장 스트레스, 수확·유통 구조 전반에 미..

기후학 2025.07.06

예천 벌통에서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1. 벌이 떠난 벌통, 예천의 이상한 봄예천은 예부터 양봉이 활발했던 지역이다.맑은 공기와 풍부한 야생화, 그리고 전통적인 양봉 기술이 만나아카시아꿀과 밤꿀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하지만 2025년 4월, 나는 예천 유천면과 용문면을 돌며세 곳의 양봉 농가를 방문했을 때공통적으로 들었던 말은 “벌이 없다”는 이야기였다.벌통을 열었을 때 들리는 윙윙 소리는 너무 약했고,일부 벌통은 아예 텅 빈 채로 방치되어 있었으며,작년과 같은 시기와 비교해 꿀 채밀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양봉 농민 A씨는 “벌이 아예 종적을 감췄다”는 표현까지 썼다.그는 “올해는 아무리 기다려도 활동 개시가 너무 늦고,벌들이 꽃이 피었는데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단순히 ‘벌이 줄었다’는 것이 아니라,생태계 어딘가..

기후학 2025.07.06

속리산 국립공원의 단풍이 늦어지는 이유는?

1. 단풍은 왔지만, 때를 놓쳤다속리산은 매년 가을이면 붉고 노란 물결이 산을 뒤덮으며전국에서 단풍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는 대표적인 국립공원이다.특히 법주사 일대의 단풍길은 ‘대한민국 10대 단풍 명소’로 불릴 정도로가을 풍경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하지만 최근 몇 년간 속리산 단풍의 ‘리듬’이 바뀌고 있다.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시기가 늦어지고,색이 고르게 들지 않고,일부 구간은 단풍이 들기도 전에 잎이 마르거나 떨어져버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2025년 10월, 나는 실제로 속리산 국립공원을 방문해단풍의 색, 분포, 시기, 관광객 반응까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보았다.이 글은 기후 변화가 속리산 단풍의 리듬을 어떻게 흔들고 있는지,그리고 그 영향이 사람들의 계절 감각과 지역 경제에 어떤 변화를 주..

기후학 2025.07.06

구례 지리산의 야생동물 출몰 패턴이 바뀌고 있다

1. 자연의 질서가 흔들릴 때, 마을은 먼저 알아차린다2025년 여름, 나는 전남 구례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한 작은 마을에 머물렀다.예전에도 이곳을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분명 뭔가 달랐다.마을 주민들이 “요즘 멧돼지가 너무 자주 내려온다”, “밤에 창문 못 열고 잔다”고 말할 때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생태계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그뿐만 아니라, 고라니와 너구리, 심지어 산양까지산속에서만 보이던 동물들이 마을 인근에 자주 출몰하고 있었고,사람들은 이 변화에 놀라움과 경계심을 동시에 보이고 있었다.이전엔 1년에 한두 번 정도였던 야생동물 목격이지금은 “한 달에 서너 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이 글은 구례 지리산 일대에서 실제로 목격되고 있는 야생동물 출몰 패턴의 변화..

기후학 2025.07.06

광양 매화마을의 이상 개화 시기, 10년간 비교해보니

1. 꽃은 예고 없이 피기 시작했다광양 매화마을은 매년 3월 초가 되면 하얀 매화가 강가를 따라 피어나며 봄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소다.그래서 ‘광양의 봄은 매화로 시작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이 지역의 개화 시점은 계절의 리듬을 상징하는 지표로 받아들여진다.하지만 최근 몇 년간, 나는 매화의 개화 시기를 예측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예전엔 3월 10일 전후에 정점을 찍던 꽃이어느 해는 2월 말에 만개했고, 또 어느 해는 3월 중순이 돼도 절정을 놓쳤다.심지어는 SNS에서 “이번 주는 이미 꽃이 떨어졌다”는 후기를 보고허무하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적도 있었다.이번 글은 2015년부터 2025년까지광양 매화 개화 시기의 변화를 직접 기록한 일자와 후기를 바탕으로,기후 변화가 계절..

기후학 2025.07.06

포항 바닷가 주민들이 말하는 최근 태풍 변화 체감기

1. 익숙했던 태풍이 낯설게 느껴진 순간포항은 매년 여름이면 태풍 경로에 놓이는 지역이다.그래서 이 지역 사람들은 바람과 비에 어느 정도 익숙해 있다고들 말한다.하지만 최근 몇 년간은 주민들조차 “이건 예전 태풍과 다르다”고 말할 정도로태풍의 양상과 피해 양태가 바뀌고 있다.나는 2025년 7월 초, 태풍을 앞둔 시점에 포항 남구 오천읍과 구룡포 일대를 찾았다.지역 주민들은 이미 집 주변을 정비하고,비닐하우스를 고정하거나 해안가 배수구를 미리 점검하는 등 이례적인 선대비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요즘 태풍은 예상할 수가 없어요.바람보다 비가 무섭고, 비보다 파도가 무서워졌죠.”한 어르신의 이 말은, 단순히 바람이 센 것이 아니라,자연재해의 패턴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경고처럼 느껴졌다.이 글은 포항 주민..

기후학 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