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

구례 지리산의 야생동물 출몰 패턴이 바뀌고 있다

onlinerich-1 2025. 7. 6. 13:11

구례 지리산의 야생동물 출몰 패턴이 바뀌고 있다

1. 자연의 질서가 흔들릴 때, 마을은 먼저 알아차린다

2025년 여름, 나는 전남 구례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한 작은 마을에 머물렀다.
예전에도 이곳을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분명 뭔가 달랐다.
마을 주민들이 “요즘 멧돼지가 너무 자주 내려온다”, “밤에 창문 못 열고 잔다”고 말할 때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생태계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그뿐만 아니라, 고라니와 너구리, 심지어 산양까지
산속에서만 보이던 동물들이 마을 인근에 자주 출몰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이 변화에 놀라움과 경계심을 동시에 보이고 있었다.
이전엔 1년에 한두 번 정도였던 야생동물 목격이
지금은 “한 달에 서너 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글은 구례 지리산 일대에서 실제로 목격되고 있는 야생동물 출몰 패턴의 변화를 중심으로,
그 원인이 단순한 개체 수 증가가 아닌 기후 변화와 생태계 재구성에 있다는 사실을 추적하고자 한다.
사람과 자연 사이에 다시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는 이 변화는,
지금 우리가 반드시 기록해야 할 현실이다.


2. 야생동물이 ‘예정되지 않은 시간’에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 나타나고 있다

지리산 자락의 주민 A씨는 올해 5월, 자정 무렵 집 마당에 멧돼지가 나타난 사건을 이야기해줬다.

“예전엔 가을에 도토리 떨어질 때쯤 산 밑까지 내려오는 건 있었어요.
근데 올해는 봄부터, 그것도 밤낮 가리지 않고 내려오더라고요.
작년엔 한 번 봤는데, 올해는 벌써 다섯 번 넘었어요.”

또한 B씨(70대 노부부)는 텃밭에 설치한 CCTV에 밤중에 고라니와 너구리가 동시에 포착된 장면을 보여주었다.

“밤에도 안 자고 계속 싸돌아다녀요.
예전에는 저 위 산 위에서만 보이던 애들이 이젠 우리 강아지 사료도 먹고 간다니까요.

전문가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인해 산속 먹이원이 감소하고,
동물들이 더 넓은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인간 거주지 근처까지 접근하는 패턴이 급증하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리산 일대의 2025년 상반기 평균 기온은
10년 전보다 1.7도 상승했고, 강수량은 비정상적으로 분포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산짐승 출몰’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내 서식 밀도, 먹이 사슬, 서식지 재조정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


3. 기후 변화로 이동하고 있는 야생 생명들

지리산 국립공원 사무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야생동물 출몰 신고 건수가 연평균 18%씩 증가하고 있으며,
그 중 절반 이상이 기존 출몰 지역 밖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C씨(40대 생태 모니터링 활동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야생동물 출몰이 늘었다는 건
단순히 ‘동물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온도와 습도, 먹이 조건이 산 속에서 더 이상 맞지 않기 때문이죠.
일부는 더 높은 고지대로, 일부는 더 낮은 농지 쪽으로
분산 이동 중입니다.”

그녀는 최근 지리산 중턱에서 살던 산양 개체 일부가
강 하구 쪽으로 이동했다는 GPS 자료
도 함께 보여주었다.
이는 야생동물이 점점 인간 생활권에 가까이 이동 중이라는 증거이며,
지역 사회와 생태계를 동시에 위협할 수 있다.

또한, 동물뿐 아니라 곤충류와 조류의 분포도 바뀌고 있다.
일부 조류는 평년보다 한 달 빠르게 번식하고 있고,
꿀벌은 고온 속에서 활동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이 모든 변화가 기후 위기라는 하나의 축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현장은 명확히 보여준다.


4. 우리가 서 있는 이 땅 위에도 변화는 오고 있다

야생동물은 인간과 가장 멀리 떨어진 존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우리 곁까지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
단순한 우연이 아닌 시스템의 붕괴와 재조정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기후 변화는 바다만 흔드는 것이 아니다.
산속의 리듬, 동물의 이동, 식생의 주기, 농가의 작물 보호 방식까지
모두에 영향을 주고 있고, 이건 마을 사람들의 체감으로 가장 먼저 드러난다.
구례의 이 작은 마을은 지금 기후 생태계 변화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나는 이번 관찰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지리산 일대에서 야생 생명의 움직임을 기록할 예정이다.
우리가 이 변화를 이해하고, 경계하고, 공존의 방법을 찾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곧 우리 삶의 영역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우리를 통해 이 기록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기를 바란다.
지금 이 변화는, 뉴스가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맞붙는 바로 그 자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