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

속리산 국립공원의 단풍이 늦어지는 이유는?

onlinerich-1 2025. 7. 6. 14:15

속리산 국립공원의 단풍이 늦어지는 이유는?

1. 단풍은 왔지만, 때를 놓쳤다

속리산은 매년 가을이면 붉고 노란 물결이 산을 뒤덮으며
전국에서 단풍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는 대표적인 국립공원이다.
특히 법주사 일대의 단풍길은 ‘대한민국 10대 단풍 명소’로 불릴 정도로
가을 풍경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속리산 단풍의 ‘리듬’이 바뀌고 있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색이 고르게 들지 않고,
일부 구간은 단풍이 들기도 전에 잎이 마르거나 떨어져버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2025년 10월, 나는 실제로 속리산 국립공원을 방문해
단풍의 색, 분포, 시기, 관광객 반응까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보았다.
이 글은 기후 변화가 속리산 단풍의 리듬을 어떻게 흔들고 있는지,
그리고 그 영향이 사람들의 계절 감각과 지역 경제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지
기록한 현장형 콘텐츠다.


2. 단풍은 점점 늦어지고, 짧아지고 있다

속리산 국립공원 사무소가 발표한 단풍 관측 자료에 따르면,
2010년대 초반 속리산의 첫 단풍 시작일은 평균 10월 17일,
절정 시기는 10월 25일 전후였다.
하지만 2020년 이후부터는 점점 10월 말~11월 초로 절정이 밀려나고,
2024년엔 11월 3일에야 정점을 찍었다.

현장에서 만난 국립공원 직원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 같으면 10월 둘째 주 주말에 관광객이 최고였는데,
요즘은 그 시기에 오면 색이 덜 들어서 ‘단풍 못 보고 간다’는 민원이 많아요.”

2025년 10월 20일, 내가 방문했을 때도
상단부는 약간 물들었지만, 중턱과 하단부는 대부분 초록색이거나 말라버린 잎이 많았다.
색도 예년처럼 선명한 붉은색이 아니라,
노랗게 변하다가 갈색으로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이는 단순히 시기가 늦어진 것뿐 아니라,
단풍의 품질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현상이다.
단풍의 시기와 색은 기온, 일조량, 일교차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 모든 조건이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3. 가을이 가을 같지 않으니, 단풍도 제때 들지 않는다

단풍이 드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은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크고, 맑은 날이 지속되는 것이다.
하지만 2025년 속리산의 9월~10월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1.6도 높았고,
10월 초까지 한낮 기온이 26도 이상을 유지하는 날이 계속되었다.

기후 변화로 인해 ‘가을다운 가을’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밤 기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으면
잎 속의 엽록소가 파괴되지 않고,
적색과 황색 색소가 생성되지 않아 단풍 색이 흐릿해지거나 아예 들지 않는다.

현지 농민 B씨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가을이 오긴 오는데, 너무 늦고 짧아요.
일주일쯤 좋았다가 갑자기 추워져서
단풍도 채 들기 전에 잎이 떨어져버려요.

이로 인해 관광객 일정에도 혼선이 생긴다.
단풍을 보러 왔다가 시기를 놓치거나,
잎이 제대로 들지 않아 실망한 후기가 많아지고,
이는 곧 지역 관광소비에도 영향을 준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속리산 단풍축제 주간의
관광객 유입은 예년보다 약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 계절의 시간표가 어긋나고 있다

속리산은 지금도 아름다운 산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점점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에 찾아오고 있다는 것은
계절의 질서가 기후 변화로 인해 바뀌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다.

단풍은 단지 눈으로 보는 풍경이 아니라,
사람의 계절 감각, 마을의 일정, 지역의 경제, 산림의 호흡까지
모두를 움직이게 하는 **‘자연의 시간표’**다.
그 시간표가 흔들릴 때, 우리는 계절을 체감하는 힘을 잃게 되고,
결국 자연과의 연결성도 점점 느슨해질 수 있다.

나는 속리산에서 직접 보고, 걷고, 기록했다.
그리고 이 글이 단풍의 변화에서
기후 시스템 전체의 불균형을 읽어내는 하나의 단서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도 이런 변화를 계속 기록하고 전할 것이다.
우리를 통해 계절의 소중함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