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래는 피해야 할 계절, 그런데 자라기 시작했다
장흥은 대한민국 대표적인 표고버섯 생산지다.
이 지역은 산지형 기후와 맑은 물, 그리고
건조한 봄·가을의 기후 조건이 맞물려
자연재배용 원목 표고버섯 생산에 최적의 환경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특히 2024년부터 2025년 사이
여름철(6~7월) 표고버섯이 예정되지 않은 시점에 자라기 시작했다.
장흥 관산읍에서 20년째 표고를 재배하는 A씨는
“여름엔 원래 버섯이 안 자라요. 습도도 문제지만, 온도가 너무 높으니까.
근데 작년부터는 7월 중순인데도 갓이 열리고 있어요.”
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버섯이 많이 나서 좋은 일"이 아니다.
자라지 말아야 할 때 자라는 작물은
결국 품질, 균형, 공급 체계 모두를 흔들 수 있는 이상 현상이다.
실제로 일부 농가는 여름철에도 물을 충분히 대고,
버섯의 발생을 통제하지 못해 출하시기 혼선과 가격 하락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2. 온도 상승이 만든 ‘버섯의 여름’
표고버섯은 일반적으로 섭씨 10~22도 사이에서 가장 활발히 자란다.
그런데 2025년 6~7월 장흥의 평균 기온은
기상청 발표 기준으로 25.8도에 도달,
일부 낮 시간대엔 30도를 넘기기도 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 온도에선
버섯의 균사 활동이 억제되고, 생장도 멈추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농가에서는 원목 버섯뿐 아니라 배지형(재배실 내 수경재배)에서도
7월 중순까지 버섯이 계속 자라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이는 단순히 품종의 특성 때문이 아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표고버섯 생장 리듬이 왜곡되고,
고온에서도 자극 반응을 일으켜 발생하는 비정상성장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민 B씨는 이렇게 말했다.
“원래 갓이 조금씩 열려야 하는데,
요즘은 며칠만 비 오면 확 열렸다가 바로 물러져요.
제대로 된 표고로 보기 어렵죠.”
즉, 여름 버섯은 품질도 낮고 저장성도 떨어지며,
소비자 반응도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3. 수확 타이밍의 붕괴, 유통은 혼란에 빠진다
표고버섯은 가격이 ‘출하시기’에 매우 민감한 작물이다.
가을~초봄까지 공급되는 표고는 품질도 좋고,
가격도 높은 편이지만
예상 밖의 여름 출하량 증가는
시장 전체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흥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2025년 6~7월 배지형 표고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으며,
“계절별 출하 구조가 무너지면,
가격 통제와 품질 균일화 모두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여름철 자란 표고는 모양이 뒤틀리고 수분이 많아
장거리 유통 중 물러지거나 썩는 비율이 높아,
실제 출하 손실률이 높다는 것이 농가의 공통된 설명이다.
C씨(40대 배지형 농가)는 이렇게 토로했다.
“수확을 멈추면 손해고, 해도 품질이 안 좋아요.
지금은 언제 키우고 언제 멈춰야 할지도 감이 안 와요.”
이처럼 생장 주기 자체가 흐트러질 경우,
농가는 판단력, 기술, 비용, 유통 모든 면에서 압박을 받게 된다.
4. 여름 표고는 기후 변화의 경고다
표고버섯은 기후 변화에 민감한 작물이다.
특히 원목 재배와 같이 자연 주기에 의존하는 방식일수록
계절과 온도, 습도의 리듬이 생장에 직접 영향을 준다.
따라서 여름철에 자라는 표고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기후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가장 민감한 신호일 수 있다.
장흥은 여전히 ‘표고의 고장’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 명성 뒤에서는
기후 이상으로 인한 생장 왜곡, 수확 혼란, 수익 구조 변화가
현실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기후 변화는 작물을 더 많이 자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기를 흐리고 품질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사람이 예측 가능한 농사 환경을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는 이번 장흥의 여름 표고 사례를 통해
기후 변화가 작물의 생존 리듬을 어떻게 흔들고 있는지를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변화의 기록을 계속 이어가며,
우리를 통해 이런 신호가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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