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

남해안의 밤바다 빛이 바랜 이유는?

onlinerich-1 2025. 7. 7. 10:38

야광 플랑크톤이 줄어들며 어두워진 남해안 밤바다의 풍경

1. 반짝이던 밤바다, 올해는 유난히 어두웠다

남해안은 오래전부터 ‘밤바다가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름철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야광 플랑크톤(형광성 생물)**은
밤에 파도가 부딪히면 푸른빛을 내뿜으며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한다.

나 역시 매년 여름, 통영과 남해, 여수 일대를 여행하면서
밤마다 해변에 앉아 은은하게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2025년 6월, 통영 미륵도에서 바라본 바다는 달랐다.
빛이 없었다.
물결은 일렁였지만,
그 속에서 반짝이던 파란 빛은 흐릿하거나 거의 사라진 수준이었다.

해변 근처를 지나는 낚시꾼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엔 밤마다 바닷물이 반짝였는데,
요즘은 그냥 까만 물이에요.

이상하게 물 비린내도 많이 나고요.”

이 글은 실제로 남해안에서 감소하고 있는 밤바다의 빛,
형광성 해양 생물의 변화,
그리고 그 이면에 존재하는 기후와 생태계의 흐름을 기록한 현장형 콘텐츠다.


2. 밤바다 빛의 정체, 야광 플랑크톤의 비밀

남해안 밤바다의 빛은 단순한 반사가 아니다.
**야광 플랑크톤(Dinoflagellate, 발광성 와편모조류)**가
물리적 자극을 받을 때 스스로 발광하는 것으로,
이 생물들은 온도, 염도, 수질에 매우 민감하다.

이들은 주로 20~27도의 수온에서 활성화되며,
영양염 비율이 일정해야 정상적으로 증식하고 발광한다.
하지만 2025년 6월 기준, 남해안 해양환경정보센터의 수온 기록에 따르면
통영 해역 수온은 29.1도까지 상승,
이는 발광 플랑크톤이 활동하기에 임계치를 초과한 상태였다.

또한, 수온 상승과 함께 해수 내 질산염, 인산염 농도가 불균형해지면
플랑크톤 자체의 생존이 어려워진다.

결국 야광 플랑크톤의 밀도 자체가 낮아지고,
밤바다의 빛이 줄어드는 시각적 현상
으로 나타난다.

국립수산과학원 B연구원은 말한다.

해양온도 1도 상승은 형광성 조류의 40% 활동량 저하와 직결됩니다.
남해안은 지금 야간 생물 생태계의 구조적 붕괴가 시작된 겁니다.


3. 관광, 생태, 체험의 경계가 흔들린다

남해안의 밤바다는 단순히 자연의 풍경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기억, 체험, 감성의 일부였다.
여름 캠핑, 해수욕, 야간 체험학습, 커플 여행 등
남해안의 밤바다는 다양한 사람들의 감정적 장소로 기능해왔다.

하지만 이제 그 풍경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C씨(남해군 캠핑장 운영자)는 이렇게 말했다.

작년까진 야간 바다 체험 예약이 꽉 찼는데,
올해는 ‘왜 이렇게 어두워요?’ 하고 취소하는 경우도 있어요.

문제는 생태뿐 아니라,
지역 경제와 관광 소비 구조에도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빛나는 바다’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올해는 물이 탁하고 냄새가 나요”라는 피드백이 반복되면
지역 이미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또한, 형광 플랑크톤은 밤바다 생태계에서
소형 어류나 야행성 생물의 먹이 기반이 되기도 하므로,
이들의 감소는 곧 다른 종의 이동, 산란 실패, 생태계 피라미드의 왜곡으로 이어진다.


4. 바다의 빛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현상이 아니다

바다에서 빛이 줄어든다는 건,
그저 ‘예쁜 장면이 사라졌다’는 말이 아니다.
그건 기후 변화가 바다 생물의 리듬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기온 상승, 수온 변화, 염분 농도 불안정, 플랑크톤 감소…
이 모든 요소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이 가장 먼저 체감하게 되는 해양 생태계의 무너짐
이다.

밤에 반짝이던 바닷물,
그 아래에서 살아 숨 쉬던 생물,
그리고 그 생물에 의지해 살아가던 어류,
그 어류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던 어민과,
그 바다를 보러 왔던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이번 통영 밤바다의 관찰을 통해,
기후 변화가 시각적으로 어떻게 감각을 바꾸고,
그 감각이 지역 삶을 어떻게 흔드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변화의 징후를 기록하고 전할 것이다.
우리를 통해 바다의 목소리가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