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

속초 해수욕장의 해파리 경보, 올해는 왜 더 빨랐을까?

onlinerich-1 2025. 7. 6. 18:33

속초 해수욕장 해변 가까이 출현한 해파리의 실제 모습

1. 경보는 더 빨랐고, 바다는 더 따가웠다

2025년 6월 말, 나는 속초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성수기를 앞두고 이른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바다로 몰려들고 있었지만,
백사장 입구에 설치된 전광판엔 눈에 띄는 문구가 떠 있었다.
“해파리 출몰 경보 발령 – 주의 요망”

예년 같으면 7월 중순 이후에나 종종 올라오던 문구였지만,
올해는 6월 25일에 강원도 환동해본부에서 해파리 조기 경보를 발령했다.
나는 해수욕장 관리소 직원에게 상황을 물었고,
그는 “올해는 유난히 빨라요. 벌써 두 번이나 출몰 신고가 들어왔어요.”라고 말했다.

해파리는 여름철 동해안에서 드물지 않은 생물이지만,
출몰 시기가 앞당겨지고 개체 수가 증가하는 현상은 분명한 이상 신호였다.
이 글은 속초 해수욕장에서 실제로 체감한 해파리 경보의 조기화,
그리고 그 원인이 기후 변화와 해양 생태계 흐름에 있음을 확인하는 관찰 보고서다.


2. 해파리가 왜 이렇게 빨리 나타났을까?

2025년 6월 중순, 속초 앞바다의 수온은
동해 해양기상정보센터 기준으로 24.7도를 기록했다.
이는 평년보다 약 1.6도 높은 수치로,
해파리가 북상하거나 증식하기에 이상적인 조건이다.

해파리는 온도에 매우 민감한 해양 생물이며,
수온이 23도를 넘으면 활동성과 번식 속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과거에는 남해, 제주 해역에 머물던 해파리들이
지금은 동해 북단인 속초까지 올라와 초기 해수욕 시즌부터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해류의 변화와 해양 미세 생물 분포 변화
해파리의 경로와 분포에 영향을 준다.
KIOST(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은 동해 연안에 이례적으로 플랑크톤 밀도가 높았고,
이는 해파리 유충의 먹이 조건을 강화해 개체 수 증가를 유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장에서 만난 물놀이객 A씨는

6월 말에 바닷물에서 해파리 본 건 처음이에요.
애가 다리에 쓸리고 울고 난리였어요.

라고 말하며 실제 체감 피해를 전했다.


3. 출몰 시점의 변화가 만드는 관광지의 위기

속초 해수욕장은 매년 7월 초~8월 중순까지
관광객이 몰리는 대표적인 여름 명소다.
하지만 해파리 조기 출몰은 단순히 불쾌감을 넘어
관광 일정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변수
로 작용한다.

올해는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7월 첫째 주 주말 일정에서 해파리 경보를 보고 예약을 취소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사례
가 늘어났다.
속초시 관광과의 한 관계자는

SNS에 해파리 얘기만 올라오면 실제 취소 전화가 옵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은 즉각 반응하더라고요.

라고 말했다.

또한, 해파리 대응을 위한 예산과 인력 배정도 예정보다 앞당겨졌다.
2025년에는 6월 20일부터 이미 해파리 차단망 일부가 설치됐고,
7월 1일부턴 해수욕장 안전요원 10명 중 3명이 해파리 관련 감시 업무에 투입되었다.

이처럼 조기 출몰은 단순한 생태 현상이 아니라
지역의 관광 수익, 인력 운영, 민원 대응 시스템 전반을 압박하는 실질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었다.


4. 따뜻해진 바다, 불안정해진 여름

속초 앞바다는 변하고 있다.
기온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수온, 염도, 생물 다양성, 해류까지 함께 변화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가장 먼저 움직이는 생물 중 하나가 해파리다.

해파리 경보는 단순한 여름철 경계사항이 아니라
기후 변화가 해양 생태계를 어떻게 흔들고 있는지를 가장 빨리 보여주는 신호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고,
봄과 여름의 경계가 흐려지며,
바닷속 생물의 움직임이 예측 불가능해지는 상황 속에서
속초 해수욕장 역시 지금 그 경계 위에 서 있다.

나는 이번 현장 취재를 통해
기후 변화가 관광, 일상, 생태계를 동시에 건드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다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이상 현상을 기록하고,
지역 기반의 목소리를 꾸준히 담아낼 계획이다.
우리를 통해 이 변화의 조짐들이 더 널리 공유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해양 생태계를 지키는 첫 번째 대응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