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

포항 바닷가 주민들이 말하는 최근 태풍 변화 체감기

onlinerich-1 2025. 7. 6. 11:03

포항 바닷가 주민들이 말하는 최근 태풍 변화 체감기

1. 익숙했던 태풍이 낯설게 느껴진 순간

포항은 매년 여름이면 태풍 경로에 놓이는 지역이다.
그래서 이 지역 사람들은 바람과 비에 어느 정도 익숙해 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은 주민들조차 “이건 예전 태풍과 다르다”고 말할 정도로
태풍의 양상과 피해 양태가 바뀌고 있다.

나는 2025년 7월 초, 태풍을 앞둔 시점에 포항 남구 오천읍과 구룡포 일대를 찾았다.
지역 주민들은 이미 집 주변을 정비하고,
비닐하우스를 고정하거나 해안가 배수구를 미리 점검하는 등 이례적인 선대비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요즘 태풍은 예상할 수가 없어요.
바람보다 비가 무섭고, 비보다 파도가 무서워졌죠.”
한 어르신의 이 말은, 단순히 바람이 센 것이 아니라,
자연재해의 패턴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경고처럼 느껴졌다.

이 글은 포항 주민들이 실제로 체감하고 있는 최근 태풍의 변화,
그리고 그것이 일상과 생존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직접 정리한 기록이다.


2. “예전엔 바람만 조심했는데, 이제는 바다 자체가 무섭다”

구룡포 해안 근처에서 만난 A씨(60대 어민)는
최근 몇 년 간 태풍이 몰고 오는 바람보다 해일성 파도가 더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옛날엔 바람만 막으면 됐는데,
이제는 바닷물이 갑자기 들이닥쳐서
방파제 넘는 걸 자주 봐요.
바람보다 수위가 더 위험해졌습니다.

실제로 포항시 자료에 따르면,
2023년~2025년까지 3년 연속 태풍 영향 시 해수면 상승 폭이 예년보다 평균 27cm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침수 가능 구역을 확대시키고,
어촌 마을 저지대에 사는 주민들이 실질적인 이주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최근 태풍들은 강한 비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B씨(50대 비닐하우스 농장 운영자)는

“기존엔 2~3일 비가 오고 천천히 지나갔는데,
이제는 몇 시간 동안 150mm 넘게 퍼붓고 가요.
땅이 물을 머금을 시간도 없이 무너져버립니다.”
고 말하며, 작년 한 해 동안 3차례 비닐하우스를 다시 설치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태풍은 단순히 강해진 것이 아니라,
짧고 강한 형태로 진화하면서 기존 대비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3. 피해는 예측보다 빠르고, 회복보다 오래간다

포항은 몇 년 전 태풍 ‘콩레이’와 ‘힌남노’를 통해
심각한 침수와 도시 인프라 붕괴를 경험한 도시다.
그때 이후로 많은 시민들이 자연재해에 대해 이전보다 민감해졌고,
경보 시스템과 대비 체계도 정비됐지만, 그 이상으로 태풍의 변화 속도가 빠르다.

C씨(30대 자영업자)는 구룡포항 근처에서 작은 수산물을 판매하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작년 태풍 때 가게 앞 유리창이 깨졌어요.
5분도 안 되는 사이에 파도가 길 건너까지 들이닥쳤고요.
올해는 철판을 미리 주문했어요.
1년에 태풍 대비 철판만 세 번 바꿨어요.

또한, 피해는 단순히 물리적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관광객 예약 취소, 어획량 감소, 보험 인상, 복구 지연
태풍이 지나간 이후에도 남는 장기적 피해의 파장은 지역 경제를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다.

지역 어민들 사이에서는
“예전엔 태풍 오면 ‘하루 이틀 집에 있자’였는데,
요즘은 ‘또 뭘 고쳐야 하나’가 먼저 떠오른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이는 기후 변화가 단순한 일시적 이상현상이 아닌,
생활 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요소
로 작용하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다.


4. 태풍은 더 이상 ‘비일상’이 아니다

포항 바닷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자연재해라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기후 변화는 태풍의 강도, 이동 경로, 강수 패턴을 모두 바꿔놓았고,
그로 인해 대응하는 사람들의 일상도, 감정도, 계획도 바뀌고 있었다.

특히 바닷가 인근 주민들에게
태풍은 그저 지나가는 계절적 현상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생존의 경계선이 되고 있다.
그들은 이제 과거 방식의 대비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고,
더 정밀하고, 더 빠르고, 더 체계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기후 변화가 만든 ‘태풍의 변화’를 실제로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기록하고 싶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사람의 삶과 마을의 구조를 바꾸는 거대한 흐름이다.

앞으로도 나는 이런 현장 중심의 기후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할 예정이다.
우리를 통해 이런 진짜 목소리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기를 바란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준비이자, 대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