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

거제도 바다의 해파리 증가, 기온 상승이 불러온 생태 변화

onlinerich-1 2025. 7. 6. 10:00

거제도 바다의 해파리 증가, 기온 상승이 불러온 생태 변화

1. 올해 바다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워졌다

2025년 여름, 나는 친구들과 함께 경남 거제도를 찾았다.
예전 같으면 이 시기 거제 앞바다는 여전히 차가운 바닷물 덕에
한여름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이었지만,
이번엔 예상치 못한 해파리 출몰 소식이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구조대 부스 옆 안내판에는 ‘해파리 발견 시 신고’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고,
구명조끼를 입은 관리요원은 “수온이 올라서 그런지 해파리 출현이 많다”고 말했다.
나는 의심 반, 걱정 반으로 해안선을 따라 걸었고,
정말로 물가 가까이에서 투명한 우산처럼 생긴 해파리 무리가 바위 틈에 걸려 떠다니고 있었다.

이 글은 거제도 앞바다에서 체감한 해파리 증가 현상,
그리고 그 뒤에 숨은 기후 변화의 생태적 영향을 추적해본다.
무엇이 바닷속 생태계를 바꾸고 있으며,
이 현상이 지역과 사람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는지를
현장 중심으로 풀어보려 한다.


2. 거제 앞바다의 해파리는 실제로 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동·남해안 일대에서는
해파리의 조기 출현과 개체 수 증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2025년은 6월부터 거제도, 통영, 남해 등지에서
‘노무라입깃해파리’와 ‘보라해파리’가 잇따라 목격
되고 있다.

해수욕장 인근 매점 주인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작년까진 8월 초쯤 한두 번 보고 말았는데,
올해는 벌써 6월 중순부터 애들이 신고를 하더라고요.
물 가까이 못 들어간다고 하는 날이 많아졌어요.

실제로 나는 구조대 직원에게 직접 들은 해파리 발견 신고 건수가
2024년 6월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관리요원은 “심한 쏘임은 없지만,
촉수에 스치기만 해도 따갑다고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국립해양조사원의 2025년 수온 보고서에 따르면,
거제 앞바다의 평균 수온은 10년 전보다 약 1.5도 상승했다.
이로 인해 원래는 중국 연안 또는 규슈 부근에 머물던 해파리 떼
한반도 연안까지 올라오고 있으며,
수온이 높은 해역에서는 번식 속도도 가속화되고 있다.


3. 해양 생태계와 지역 일상에 닿는 파장

해파리 출몰은 단지 바닷가에서 놀기 불편해지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어민들은 해파리로 인해 어망이 망가지거나,
물고기가 스트레스를 받아 도망가는 피해
를 경험하고 있다.

B씨(거제 장승포항 인근 어민)는 이렇게 말했다.

“작년보다 어획량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
그물에 해파리가 한가득 걸려서
손질도 오래 걸리고, 찢어지기도 해요.
이게 한두 번이 아니라니까요.”

또한 관광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거제도의 한 펜션 운영자는 “투숙객 중 몇 명은 해파리 출몰 소식을 듣고 취소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SNS와 블로그 후기를 통해 ‘해파리 때문에 놀기 힘들었다’는 글이 확산되면
지역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해파리 증가는 해양 생태계 전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치어들이 해파리 촉수에 부딪혀 폐사하거나,
플랑크톤을 놓고 경쟁하는 먹이 경쟁 구조
가 흔들리면서
소규모 생태계 붕괴의 도미노가 시작될 수 있다.


4. 바다가 보내는 신호, 우리가 듣고 있는가

거제도의 여름 바다는 여전히 푸르고 아름답다.
하지만 그 수면 아래에선 확실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수온 상승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해양 생물의 분포를 바꾸고,
지역 주민과 관광객의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해파리는 우리에게 직접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출현 시기, 개체 수, 움직임은
기후 변화의 징후이자 바다의 생태적 경고다.
이 변화는 앞으로 더 빈번해지고,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 변화의 흐름을 기록하고, 대응할 준비를 시작하는 일이다.

나는 이번 거제도 여행을 통해,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생태 변화의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기록을 지속해 나가며,
우리를 통해 이런 생태적 신호들이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기후 변화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바닷가에서도 이미 시작되고 있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