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

무안 양파농가의 말라버린 논밭, 이상기후가 원인일까?

onlinerich-1 2025. 7. 6. 07:53

무안 양파농가의 말라버린 논밭, 이상기후가 원인일까?

1. 양파의 고장,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전라남도 무안은 ‘양파의 고장’이라 불린다.
넓은 평야와 해양성 기후 덕분에 양파가 잘 자라는 지역이며,
매년 초여름이 되면 수확철을 맞은 농민들의 분주한 모습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2025년 6월, 나는 무안군 해제면 일대에서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을 마주했다.

갈라진 흙, 힘없이 말라버린 양파 줄기, 그리고 밭을 바라보며 말없이 고개를 저으시는 농부들.
눈에 보이는 풍경보다 더 무거웠던 건,
이들이 반복해서 말하던 한 마디였다.

“올해는 진짜 장사 안 된다니까요. 작황이 형편없어요.”
나는 직접 무안에서 세 명의 농민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고,
그 속에서 이상기후가 얼마나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이번 글은 무안 양파밭 현장에서의 관찰과 인터뷰를 기반으로,
기후 변화가 작물과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기록한 생생한 보고서다.


2. 5월부터 시작된 고온과 가뭄, 무안의 들판이 타들어갔다

양파는 봄철의 일정한 일조량과 적당한 수분이 생장에 필수적인 작물이다.
그런데 2025년 5월, 무안 지역에는 강수량이 평년 대비 60% 이상 줄었고,
평균기온은 28도 이상으로 기록되며 이례적인 초여름 더위가 시작됐다.

양파밭을 운영하는 A씨(60대 남성)는 이렇게 말했다.

“보통 5월이면 한 번씩 비가 와줘야 하는데,
올해는 2주가 넘게 단 한 방울도 안 왔어요.
땅이 갈라지니 양파 뿌리가 제대로 자라질 못하고,
잎도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했죠.”

A씨는 수확량이 전년 대비 40% 가까이 감소했고,
양파 크기나 무게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 관정(지하수 펌프)까지 돌려가며 물을 주었지만,
해갈이 안 될 정도로 흙이 너무 말랐고, 뿌리가 깊이 내리지 못해
양파가 '반쪽짜리'로 자란다
고 했다.


3. 양파값은 오르지만, 농민은 남는 게 없다

이상기후로 양파 수확량이 줄면,
겉으로 보기에 양파 가격은 상승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농민에게 이득이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
무안 읍내에서 만난 B씨(50대 여성 농민)는 이렇게 말했다.

“작년에는 20kg에 8천 원 했는데,
올해는 만 원이 넘긴 했어요.
그런데 생산량이 줄고, 중간 출하 시기 놓쳐서
못 팔고 썩은 양파가 창고에 더 많아요.

즉, 기후로 인해 생산 시기가 일찍 오거나 뒤엉키고,
수확 타이밍을 놓치면 유통망을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
거기다 올해처럼 고온으로 급속히 익은 양파는 저장성이 떨어지고,
판매 유통 중 썩거나 무르게 되는 비율이 높아
실제 이익은 남지 않는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또한 C씨(30대 귀농 청년)는
“요즘은 날씨 앱이 예보를 해줘도 실제랑 맞지 않아서,
물 줄 시기, 수확할 날짜, 유통일정까지 전부 ‘감’으로 때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농사는 과학이라더니, 이젠 매일 바뀌는 날씨와 싸우는 직업”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현실은 기후 변화가 단지 자연환경 문제가 아니라,
현장 농업의 구조와 생존 방식까지 직접 위협하고 있다는 방증
이다.


4. 작물의 실패는 농민의 삶 전체를 흔든다

양파는 단순한 채소가 아니다.
무안에서는 수천 가구의 생계와 지역 경제의 중심을 담당하는 작물이다.
하지만 기후가 흔들리면, 작물은 망가지고,
작물이 무너지면 가정, 유통, 마을 전체가 함께 흔들린다.

기후 변화는 점차 지역성과 산업 구조 전체를 위협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
농민들이 매일 농사를 짓는 이유는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절과 땅의 약속을 믿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약속이 하나씩 깨지고 있다.
봄이면 비가 오고, 땅이 숨을 쉬고, 싹이 자라야 하는데,
이젠 봄조차 봄 같지 않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나는 무안에서의 이 기록을 통해,
기후 변화가 땅 위에서 어떻게 살아있는 생계를 무너뜨리는지를 직접 목격했다.
앞으로도 이런 기록들을 모아
지역의 목소리와 현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우리를 통해 이러한 현실적인 기록들이 널리 공유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기후에 대처하는 첫 번째 행동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