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

강릉의 바닷가 쓰레기 문제, 바람과 기후가 만든 변화들

onlinerich-1 2025. 7. 6. 00:15

강릉의 바닷가 쓰레기 문제, 바람과 기후가 만든 변화들

1. 바다를 마주했지만, 풍경은 더럽혀지고 있었다

2025년 6월 중순, 나는 강릉 경포해변을 다시 찾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바닷가 모래 위에 누워 시원한 바람을 맞는 게 이곳의 매력이었지만,
올해는 바닷바람에 실려온 냄새와 함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해안가를 따라 널린 쓰레기 더미였다.
플라스틱 조각, 스티로폼, 밀려온 어망, 바다에 떠다니던 비닐봉지들이
모래사장 경계부터 파도치는 곳까지 촘촘히 박혀 있었다.

나는 평일 오전 이른 시간에 방문했지만,
이미 환경미화원 몇 명이 끝도 없이 밀려드는 쓰레기들을 수거하고 있었다.
한 명이 “이거, 주말마다 이래요. 바람 불고 나면 아주 쓰레기 바다가 돼요”라고 말했다.
강릉 바다에 쓰레기가 많아진 건 단순히 관광객 탓이 아니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바람과 해류의 패턴이 바뀌면서
이 지역 해변으로 쓰레기가 더 자주, 더 많이 밀려들고 있다는 증거들이 하나둘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2. 바람이 바뀌고, 쓰레기가 모인다

강릉은 동해안 특유의 해풍과 파도로 인해 비교적 자정 능력이 뛰어난 해변으로 평가받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해양 환경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바람의 방향과 해류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강릉 앞바다에 부유 쓰레기 유입량이 연평균 1.7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경포해변에서 만난 60대 상인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엔 큰 태풍이나 장마철 지나야 쓰레기가 몰렸는데,
요즘은 바람 조금만 불어도 해류를 타고
온갖 쓰레기들이 해안에 다 밀려와요.
봄에도 그렇고, 요즘은 여름 시작 전부터 이래요.”

특히 동해안의 경우, 남동풍과 북동풍이 겹치면
해양 쓰레기가 회오리처럼 강릉 해변으로 몰려오는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쓰레기 중 다수는 국내가 아닌 중국·러시아 해역에서 떠내려온 것들로 추정되고 있고,
비닐 포장지에 외국어가 적힌 물품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이처럼 기후 변화에 따른 해류, 바람의 변화가 쓰레기 문제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관광지가 겪는 단순한 청소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3. 환경은 더러워지고, 지역 주민은 지쳐간다

강릉 경포, 사천, 안목해변을 순차적으로 걸으며 나는
모래사장 곳곳에 박혀 있는 미세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조각들을 직접 줍기도 했다.
하지만 쓰레기를 줍는 만큼 다시 떠밀려오는 것들은
하루 이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느끼게 했다.

현장에서 환경정비를 담당하는 40대 시청 공무원 B씨는

“예전엔 여름 성수기 준비해서 해변 정비하면 끝이었는데,
요즘은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청소작업이 이어지고 있어요.
해류가 바뀌니 쓰레기가 예측 불가능하게 들어옵니다.”
라고 말했다.

게다가 쓰레기 문제가 반복되면 지역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준다.
최근 블로그나 SNS에서도 ‘경포 해변 너무 더러워졌다’는 후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지역 상인들은 관광객 감소를 우려하고 있고,
시 당국은 예산과 인력 한계 속에서 매년 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

C씨(현지 카페 운영자)는 “쓰레기 문제는 이제 기후랑 연결된다고 봐야 해요.
비 많이 오고 바람 방향 바뀌는 날은 아예 장사 포기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쓰레기는 단순한 미관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 변화와 지역 생존이 교차하는 교차점이 되고 있었다.


4. 쓰레기의 문제는 결국 우리의 문제다

강릉은 여전히 아름다운 바다를 품고 있지만,
그 아름다움을 지켜내기 위해 더 많은 이해와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기후 변화는 바다의 흐름을 바꾸고, 바람의 방향을 흔들며,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해안선의 일상마저 바꿔 놓는다.
쓰레기 문제는 더 이상 ‘누가 버렸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밀려오고, 왜 이곳에 쌓이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강릉의 해안 쓰레기 문제는 이제 지역 환경 문제를 넘어
국제적 해양 쓰레기 이동 흐름과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단순한 청소를 넘어서,
기후 변화에 대한 이해, 쓰레기 발생과 이동 경로에 대한 관심,
지역과 시민이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관리 방안의 마련
이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조금 더 명확히 드러내고 싶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구체적인 변화와 문제들을
지역 기반으로 차곡차곡 기록해나가고 싶다.
우리를 통해 이 기록들이 더 널리 공유되기를 바란다.
쓰레기는 바다의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