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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숲속 이끼, 여름에도 마르는 이유

1. 여름인데도, 숲 바닥은 메말라 있었다계룡산은 충남을 대표하는 산악 생태지대이자,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로도 상록활엽수림과 습윤 생태가 잘 보존되어 있던 곳이다.특히 여름철 계룡산 등산로 근처에는나무 밑동, 바위 틈, 숲 바닥에 두텁게 쌓인 이끼층이차가운 공기와 촉촉한 기운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해왔다.그런데 2025년 7월 초,나는 갑사 방면 계곡 주변을 걷던 중이끼층이 전보다 훨씬 얇아지고,일부는 바짝 마르거나 색이 누렇게 변한 상태임을 발견했다.심지어 계곡 옆 응달 바위에서도이끼가 검게 타들어간 듯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현지 탐방객 A씨는 이렇게 말했다.“여기 원래 이끼가 초록 융단처럼 덮여 있었는데올해는 많이 비어 보여요.그리고 손으로 만지면 축축하지가 않고,퍽퍽하게 가루가 일어요.”이 글은 ..

기후학 2025.07.17

강릉 송정 해변, 모래가 사라지고 있다

1. 백사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강릉의 송정 해변은 한때 지역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모래사장이 넓고 부드러운 해변’으로 유명한 명소였다.특히 여름철, 안목 해변보다 조용하고 가족 단위 휴양객이 선호하는 곳으로햇볕 아래 은은하게 빛나는 모래사장이 주요 매력 포인트였다.하지만 2025년 6월 말, 나는 송정 해변을 찾았을 때예년보다 확연히 백사장이 좁아진 풍경을 마주했다.파도는 여전했지만, 파도선 뒤쪽으로 하얗게 펼쳐져야 할 모래 구역이 줄어 있었고,해변 끝자락에는 콘크리트 방파제와 돌이 바로 드러나 있었다.현장에 있던 A씨(현지 서핑샵 운영자)는 말했다.“파도는 늘 왔지만, 모래는 줄었어요.3~4년 전보다 백사장이 눈에 띄게 얇아졌고,서핑 타고 나왔다가 발 디딜 곳이 예전보다 줄었다고들 해요.”이건..

기후학 2025.07.16

임실 옥정호 수위, 왜 작년보다 더 빨리 낮아졌을까?

1. 물이 줄고 있다는 걸, 올해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옥정호는 전라북도 임실군과 정읍시 사이에 위치한대표적인 다목적 저수지이자지역민에게는 농업용수·식수원·관광 자원으로 기능하는 중요한 물길이다.특히 여름철이면 풍부한 수량 덕분에유람선, 낚시터, 계곡 체험 등 지역 관광의 중심지로도 자리 잡아 왔다.그런데 2025년 6월 중순, 나는 옥정호 전망대에서 바라보았을 때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분명 달라져 있었다.물가선이 내려앉아 드러난 바위,한가운데 노출된 섬의 경계,그리고 각지에서 들려오는 농업용수 부족 소식까지‘옥정호 수위 저하’는 더 이상 숫자가 아니라 풍경 자체에서 느껴지는 현실이었다.인근 농가 A씨는 말했다.“작년보다도 훨씬 빨리 물이 빠졌어요.논에 대는 물 줄 때마다 눈치 보이고,물줄기 잡느라 싸..

기후학 2025.07.14

하동의 차밭에 아침 안개가 사라진 이유

1. 늘 그 자리에 있던 안개가, 올해는 보이지 않았다하동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차 생산지다.특히 섬진강을 따라 펼쳐진 차밭과 아침 안개가 만들어내는 풍경은많은 여행자와 사진가에게 ‘하동의 정체성’처럼 여겨져 왔다.초록빛 잎 사이로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안개는단지 볼거리만이 아니라, 차나무의 생장에 꼭 필요한 자연 조건이기도 했다.하지만 2025년 6월 말, 나는 하동 화개면 차밭 일대를 찾았을 때평소 같으면 자욱해야 할 아침 안개가 거의 없는 풍경을 목격했다.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차밭은 여전히 초록빛이었지만,공기는 맑기만 하고, 습기나 안개의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현지에서 만난 A씨(차 재배 농가)는 말했다.“안개가 없으면 잎이 질겨지고 색이 바래요.예전엔 해가 완전히 뜰 때까지 안개가 남아 ..

기후학 2025.07.13

제천의 고랭지 배추밭, 왜 잎이 탄 듯 변하고 있을까?

1. 고랭지는 시원해야 하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충북 제천의 백운면과 송학면 일대는해발 500m 이상의 고랭지 지대를 중심으로여름배추 주산지로 잘 알려져 있다.이 지역의 배추는 원래 서늘한 기온과 일교차 덕분에잎이 단단하고 수분 함량이 높아 김장용으로 특히 인기가 많다.하지만 2025년 6월 말, 나는 제천 백운면의 한 배추밭을 찾았을 때배추잎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말라가며마치 화상을 입은 듯한 현상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A씨(배추 농가)는 말했다.“물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잎 끝이 그냥 타들어가요.한낮에 줄기마저 늘어지면 회복이 안 돼요.”겉으로 보기엔 무더위에 의한 단순 피해처럼 보일 수 있지만,이는 고랭지의 기후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깊은 신호다.이 글은 제천 고랭지 배추밭에서 나타난 ‘잎 타..

기후학 2025.07.12

순천만의 갯벌, 진흙이 아닌 모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1. 순천만이 낯설어졌다순천만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안 갯벌 생태계 보호구역이자매년 수십만 명이 찾는 생태 관광 명소다.부드럽고 깊은 진흙 갯벌, 검은머리물떼새, 칠면초 군락…모두 순천만의 상징이었다.하지만 2025년 6월 말, 나는 순천만 탐방로 끝 지점에서예전과 다른 풍경을 목격했다.발밑에 진흙이 아니라, 모래가 깔려 있었다.발을 디딜 때 특유의 푹 꺼지는 느낌도 줄었고,곳곳에선 마른 모래 입자가 흩날리기도 했다.근처에서 탐방 안내를 하던 A씨는 말했다.“예전엔 여긴 장화 없인 못 걸었어요.근데 요즘은 갯벌이 단단해지고, 모래처럼 변해가요.사람들이 갯벌 체험하기에도 ‘덜 갯벌 같다’고 하죠.”이 글은 실제로 순천만에서 목격된퇴적물 변화, 즉 진흙 갯벌에서 모래 성분 증가 현상,그리고 그 원인이 기후..

기후학 2025.07.11

괴산의 여름 밤벌레 소리가 줄어든 이유

1. 밤이 조용해졌다, 그래서 불편해졌다괴산은 충청북도에서도 산과 계곡이 어우러진자연 생태 밀집 지역이다.특히 여름밤이면 창문을 열고풀벌레 소리, 매미 후속 울음, 야간 곤충 날갯짓 소리까지다채로운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하지만 2025년 7월 초, 나는 괴산 감물면에 위치한 한 시골 마을에서유난히 고요한 밤을 체감했다.풀숲이 울지 않았다.간간이 모기 소리만 들릴 뿐,예년엔 밤마다 들리던 곤충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현지에 거주하는 A씨(70대 농민)는 이렇게 말했다.“여름밤이 이렇게 조용한 건 처음이에요.예전엔 귀가 따가울 정도로 울었는데,요즘은 귀가 허전해서 잠이 안 와요.”이 글은 괴산에서 사라지고 있는 ‘밤벌레의 소리’,즉 곤충 개체수 감소와 그 원인이 된 기후 변..

기후학 2025.07.10

영암 들녘에 바람이 멈췄다 – 바람 없는 여름이 남긴 흔적

1. 바람이 불지 않는 들판은 낯설다전라남도 영암은 논농사와 밭작물이 조화를 이루는전형적인 남부 평야지대다.특히 여름철이면 바람이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며습기를 식혀주고, 작물의 수분 스트레스를 낮추는자연 환기 장치 같은 역할을 해왔다.하지만 2025년 여름,나는 영암 삼호읍 일대 들녘을 걷다몸에 닿는 바람 한 줄기 없이 정체된 공기 속에서논밭이 숨막히는 듯한 풍경을 마주했다.B씨(60대 농민)는 이렇게 말했다.“예전 같으면 오후 되면 논바람이 시원했는데올해는 해만 쨍쨍하고 공기가 가만히 멈춰 있어요.사람도 벼도 힘들어요.”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이지만,들판에서 바람이 사라졌다는 건기후 시스템의 또 다른 축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였다.이 글은 영암에서 실제 체감한 풍속 감소 현상,그리고 그것이 작물, 환경,..

기후학 2025.07.09

홍천 계곡물이 줄어드는 속도, 예전과 다르다

1. 물은 아직 흐르지만, 그 속도가 달라졌다강원도 홍천은 여름이면 늘 관광객들로 붐비는 계곡 여행의 명소였다.나는 2025년 7월 첫째 주, 홍천 서면 팔봉산 계곡을 찾았다.예년 같으면 장마철 직후라 물살이 강하고,아이들이 발 담그기에도 적당한 수량이 유지되던 시기다.그런데 계곡을 따라 걷다 보니,돌이 드러난 구간이 길어졌고,물은 바닥에서 흐르는 수준에 불과했다.근처 캠핑장을 운영하는 A씨는 말했다.“예전엔 6월 말 장마 끝나면 물이 꽉 찼는데,지금은 7월인데도 물이 부족해서 튜브도 못 띄워요.”계곡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지만,그 흐름의 속도와 양은 분명히 예전과 달라져 있었다.이 글은 홍천 계곡에서 체감한 수량 감소 현상을 통해기후 변화, 강수 패턴, 지하수 고갈이 실제로 자연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고..

기후학 2025.07.08

태백산 야생화 축제, 왜 꽃이 일찍 졌을까?

1. 축제는 열렸지만, 꽃은 기다려주지 않았다태백산은 해발 1,500m를 넘는 고산지대 특성상예년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야생화들이 일제히 만개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특히 태백산 야생화 축제는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여름철 대표 생태관광 이벤트 중 하나다.하지만 2025년 올해, 나는 축제 첫날인 6월 29일 오전에 태백산을 찾았을 때꽃이 이미 대부분 지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정상 부근에는 꽃잎이 말라 있거나,일부는 씨방만 남은 상태였다.아래쪽에서 만난 관광객 A씨는 이렇게 말했다.“야생화 축제라 해서 왔는데,진짜 꽃은 하나도 안 보여요.이미 끝났다는 얘길 그제야 들었어요.”현장 안내요원도 “올해는 너무 빨리 폈고,너무 빨리 져서 축제 시기랑 완전히 엇나갔다”고 말했다.이 글은 태백..

기후학 202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