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

임실 옥정호 수위, 왜 작년보다 더 빨리 낮아졌을까?

onlinerich-1 2025. 7. 14. 22:49

임실 옥정호에서 수위가 낮아져 바위가 드러난 여름철 저수지 풍경

1. 물이 줄고 있다는 걸, 올해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옥정호는 전라북도 임실군과 정읍시 사이에 위치한
대표적인 다목적 저수지이자
지역민에게는 농업용수·식수원·관광 자원으로 기능하는 중요한 물길이다.
특히 여름철이면 풍부한 수량 덕분에
유람선, 낚시터, 계곡 체험 등 지역 관광의 중심지로도 자리 잡아 왔다.

그런데 2025년 6월 중순, 나는 옥정호 전망대에서 바라보았을 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분명 달라져 있었다.
물가선이 내려앉아 드러난 바위,
한가운데 노출된 섬의 경계,
그리고 각지에서 들려오는 농업용수 부족 소식까지
‘옥정호 수위 저하’는 더 이상 숫자가 아니라 풍경 자체에서 느껴지는 현실이었다.

인근 농가 A씨는 말했다.

작년보다도 훨씬 빨리 물이 빠졌어요.
논에 대는 물 줄 때마다 눈치 보이고,
물줄기 잡느라 싸움이 날 지경이에요.

이 글은 임실 옥정호의 수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줄고 있는 이유,
그리고 그 변화가 기후, 강수 패턴, 지역 생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분석한 기록
이다.


2. 수치는 말해주고 있다 – 3주 빠른 저수율 하락

2025년 6월 말,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옥정호의 저수율은 46.2%,
이는 평년 평균(59.7%) 대비 13.5% 낮은 수치이며,
2024년 같은 시기보다 21일 더 빠르게 수위가 낮아진 기록이다.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 5~6월 누적 강수량 63mm → 평년 대비 48% 수준
  • 장마 전 폭염 지속 → 증발량 증가
  • 야간 온도 상승 → 밤 사이 수분 재축적 실패
    이 모든 것이 옥정호에 물이 차지 못하고, 빠르게 마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B씨(임실군 농업정책과)는 설명한다.

기온은 높은데 비는 짧게 왔다가 말고,
게다가 흐리는 날도 거의 없어서
물이 들어오는 양보다 나가는 증발량이 더 많은 상태입니다.

실제로 수면 온도는 2025년 6월 기준
23.8도까지 상승,
이는 물 표면에서 일일 최대 2.4mm의 증발 손실을 발생시키며
이틀 동안 강수 없이 맑은 날이 지속될 경우
실제 수위가 1~2cm씩 하락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3. 수위 하락은 곧바로 생계와 관광의 문제로 이어진다

옥정호 수위가 낮아지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인근 농가의 논과 밭이다.
옥정호는 임실·정읍·순창 일대 약 2,000ha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며,
특히 6~8월은 이삭 형성과 과실 성장이 겹치는 결정적 시기다.

그런데 수위가 낮아지자

  • 물 공급 주기 지연
  • 관개 우선순위 조정
  • 일부 밭작물은 급수 제한
    등이 발생하면서
    농가 간 갈등, 수확량 저하, 품질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또한 관광도 흔들린다.
C씨(옥정호 유람선 사업자)는 말했다.

6월인데 수면이 너무 내려가서
유람선 부두랑 수위 맞추느라 운항을 줄였어요.
물 빠진 호수는 손님들이 사진도 안 찍어요.

계곡 체험마을도 비슷하다.
수량이 줄어들면 계곡 체험 위험도가 상승하고,
물이 혼탁해지거나 흐름이 약해지면서
방문객 만족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는 곧 숙박 취소, 음식점 매출 감소, 지역 관광 이미지 약화로 연결된다.


4. 물이 줄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기후의 메시지다

저수지 수위 하락은 단순히 강우량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건 계절의 리듬이 깨지고 있고,
수자원 순환 구조에 근본적인 이상이 생기고 있다는 경고
다.

이제는

  • 단기간 집중호우 → 저장 불가능한 수자원
  • 고온장기화 → 수면 증발 가속
  • 예측 불가능한 장마 시기
    등으로 인해
    ‘저수지에 물이 찬다’는 전제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나는 이번 여름,
임실 옥정호를 바라보며
단지 갈라진 물가선을 본 것이 아니라,
기후 변화가 숫자보다 빠르게, 눈보다 먼저 사람의 삶을 바꾸고 있다는 진실을 마주했다.

앞으로도 이 변화의 기록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를 통해 이 수위 저하가 단지 숫자가 아닌
미래를 말하는 자연의 경고임을 더 많은 이들이 느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