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

강릉 송정 해변, 모래가 사라지고 있다

onlinerich-1 2025. 7. 16. 22:07

강릉 송정 해변의 백사장이 줄어든 여름 해안 풍경

1. 백사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강릉의 송정 해변은 한때 지역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모래사장이 넓고 부드러운 해변’으로 유명한 명소였다.
특히 여름철, 안목 해변보다 조용하고 가족 단위 휴양객이 선호하는 곳으로
햇볕 아래 은은하게 빛나는 모래사장이 주요 매력 포인트였다.

하지만 2025년 6월 말, 나는 송정 해변을 찾았을 때
예년보다 확연히 백사장이 좁아진 풍경을 마주했다.
파도는 여전했지만, 파도선 뒤쪽으로 하얗게 펼쳐져야 할 모래 구역이 줄어 있었고,
해변 끝자락에는 콘크리트 방파제와 돌이 바로 드러나 있었다.

현장에 있던 A씨(현지 서핑샵 운영자)는 말했다.

파도는 늘 왔지만, 모래는 줄었어요.
3~4년 전보다 백사장이 눈에 띄게 얇아졌고,
서핑 타고 나왔다가 발 디딜 곳이 예전보다 줄었다고들 해요.

이건 단순한 침식 문제가 아니다.
모래사장은 해안 생태계의 일부이며,
지역 관광과 환경의 완충 지대 역할을 하던 공간
이다.
이 글은 강릉 송정 해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백사장 축소 현상,
그리고 그 원인이 된 기후 변화와 해류 구조의 이상을 추적한 기록이다.


2. 파도가 세진 게 아니라, 모래가 남지 못한다

모래사장이 줄어드는 이유는 단순히 파도가 세져서가 아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
해류 방향 변화, 폭풍성 파랑 빈도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모래 유실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동해안은 해마다 겨울~봄 사이 북동풍과 조류 영향으로
‘모래 유실’이 반복되며, 이를 회복할 시간 없이 여름을 맞게 되는 구조
다.
2025년 해양수산부 발표에 따르면,
송정 해변의 백사장 폭은 2020년 대비 평균 4.8m 줄었고,
일부 구간은 해마다 약 1m씩 후퇴하고 있다.

B씨(국립해양조사원 해빈지형연구팀)는 말했다.

단순 침식이 아니라, 송정 일대 모래 퇴적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모래를 보충해줄 해류가 줄고,
파랑의 세기와 주기가 달라지면서
모래가 한 번 빠지면 돌아오지 않는 상태예요.

특히 모래 알갱이가 곱고 가벼울수록 쉽게 유실되며,
폭우나 태풍이 발생하지 않아도 해안선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3. 관광도, 생태도,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백사장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그건 해양과 육지를 연결하는 완충 공간이자,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실질적 관광 자산
이다.
송정 해변 백사장이 줄어들면서

  • 파라솔 구역이 좁아짐
  • 샤워장/바다 거리 증가
  • 안전사고 우려
  • 사진/후기 만족도 하락
    등이 발생하고 있고,
    지역 상인들과 민박업계에선 체감 매출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백사장은 많은 생물의 산란지이며,
갯벌 대신 모래에 의존하는 해안 생태종의 중요한 거처
다.
백사장이 좁아지면,

  • 달랑게, 백합류, 모래고둥 등 생물 서식지 상실
  • 해안 조류의 사냥·산란 패턴 붕괴
  • 여름 해수욕객과 생물 간 충돌 증가
    로 이어진다.

C씨(강릉시 해양환경담당)는 말한다.

지금은 해양 쓰레기보다 모래 문제가 더 심각할 수도 있어요.
모래는 사라지면 만들 수 없고,
한 번 흐름이 바뀌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4. 사라지는 건 풍경이 아니라, 완충력이었다

송정 해변의 백사장은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니었다.
그건 수십 년간 강한 동해 파도를 막아내며
육지를 지키고, 바다와 사람 사이의 속도 차를 완충해주던 자연의 필터
였다.

이제 그 필터가 얇아지고 있다.
모래가 사라진다는 건,

  • 바닷물이 더 깊이 육지로 들어오고
  • 파도의 직접 충격이 커지고
  • 해안 구조물 침식 위험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기후 변화는 단지 온도와 바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지형을 바꾸고, 기억을 바꾸고,
사람들이 머무는 시간과 방식까지 바꾸는
변화다.

나는 이번 여름 송정 해변에서
파도 소리는 그대로인데,
발이 닿는 모래가 줄어든다는 감각을 통해
그 변화를 분명히 체감했다.

앞으로도 이 기록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를 통해 백사장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가
더 많은 이들에게 닿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