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

강화도 논습지에서 도요새를 찾기 힘든 이유

onlinerich-1 2025. 7. 19. 22:58

여름철 도요새가 사라진 강화도 논습지의 고요하고 메마른 풍경

1. 여름철 논습지에서 사라진 익숙한 장면

강화도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넓은 평야와 습지,
그리고 철새 도래지가 함께 유지되는 중요한 생태 공간이다.
특히 6월 중순부터 7월 초 사이,
**논에 물이 고이면서 일시적인 습지(논습지)**가 형성되면
도요새, 물떼새, 알락도요 같은 작은 습지 철새들
떼 지어 내려앉는 풍경이 매년 반복되곤 했다.

하지만 2025년 7월 초,
나는 강화군 길상면의 한 논습지를 찾았지만
이전에 비해 도요새의 개체 수가 극적으로 줄어든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논 위로는 벼는 푸르게 자라고 있었지만,
물 위를 터벅터벅 걷던 도요새들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현장 인근에 거주 중인 A씨(논농사 및 조류관찰 활동가)는 말했다.

작년까지는 새벽마다 도요새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올해는 며칠을 기다려도 잘 안 보여요.
논에 물이 덜 차오르고, 얕은 구간이 확 줄었어요.

이 글은 강화도 논습지에서 실제로 줄어든 도요새 개체 수,
그리고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후 변화와 농업 관개 방식 변화를 분석한
현장 생태 관찰형 콘텐츠다.


2. 도요새가 줄어든 진짜 이유는 ‘논이 더 이상 습지가 아니라서’

논습지는 원래 농업용 논에 일시적으로 물이 차면서 생기는
인공적이지만 철새에게 매우 유리한 습지 환경
이다.
특히 도요새는

  • 얕은 물 위에 노출된 진흙질 토양
  • 수분이 있는 모래·논두렁 구간
  • 짧은 수초가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

그런데 2025년 여름, 강화도 대부분의 논에서는

  • 관개 주기 단축 (예전보다 물을 자주 빼고 넣음)
  • 기온 상승에 의한 물 증발 가속
  • 수로 정비로 인한 일시적 습지 구간 감소
    등이 동시에 나타났다.

기상청과 농진청 데이터에 따르면,

  • 6월 강화군 평균 증발산량 4.3mm/일 → 2020년 대비 1.8배 증가
  • 논습지 유지 시간 3일 이상 → 평균 1.5일로 단축
  • 도요새 관측일수 2023년 21회 → 2025년 8회로 감소

B씨(강화도 생물다양성 모니터링 센터 연구원)는 이렇게 설명한다.

논이 습지 구실을 하려면
물이 빠지지 않고 며칠 이상 유지돼야 해요.
하지만 요즘은 고온으로 인해
관개 후 하루 이틀이면 물이 말라버리고,
도요새가 착지할 만큼의 얕은 물 환경이 사라진 겁니다.


3. 사라진 새는 풍경만이 아니라 기능도 함께 잃는다

도요새는 단지 귀엽고 독특한 새가 아니다.
그들은 습지에서

  • 유기물 분해 미생물의 균형 조절
  • 논에 서식하는 해충류 포식
  • 논 주변 토양을 뒤집어주는 환기 효과를 수행하며
    하나의 작은 생태 조정자로 기능한다.

도요새가 줄어들면

  • 논에 이끼, 부영양화 조류 증가
  • 해충에 의한 벼의 피해 증가
  • 논 생물 다양성 저하 등이 이어지며,
    결국 논이라는 공간 자체의 생태적 복원력이 약해진다.

C씨(강화도 생태농업 시범마을 관계자)는 말했다.

우리 논은 새가 많을수록 농약을 덜 쓰게 돼요.
도요새나 쇠물닭이 와서 벌레를 먹으면
그만큼 땅도 숨을 쉬고,
논이 논다워지거든요.
근데 올해는 조용해요.

이건 단지 한 마리 새의 부재가 아니라
논이라는 생태 시스템에서 중요한 연결 고리가 끊어진 징후였다.


4. 논이 물을 머금지 못하면, 새도 사람도 떠난다

논습지는
단순한 농경지가 아니라,
한철 동안만 피어나는 소규모 생태 축이었다.
그 축 위를 날아다니던 도요새의 발자국이
올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농업 기술의 변화만이 아니라,
기온 상승과 물 순환 구조의 변화가 만든
비자연적 결과
다.
지금 논은 더 자주 말라가고,
논을 찾던 생물은 갈 곳을 잃고 있다.

나는 이번 여름 강화도 논습지에서
도요새를 기다렸지만, 그 빈 논에서
고요하고 무거운 공기만이 흐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앞으로도 이 기록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를 통해 사라지는 새들의 메시지가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