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

마이산의 물소리가 멈췄다 – 기후의 경고

onlinerich-1 2025. 7. 21. 21:15

마이산 탑사 근처 샘물이 말라 물소리가 멈춘 여름 바위 풍경

1. 바위 아래서 들리던 물소리가 사라졌다

전북 진안에 위치한 **마이산(馬耳山)**은
두 개의 봉우리가 말의 귀처럼 솟아 있는 독특한 지형 덕분에
오랜 세월 동안 신비로운 산으로 여겨져 왔다.
그중에서도 마이산 탑사 근처의 샘물과 암반 틈새에서 흘러나오는 물소리
산 전체에 맑고 고요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핵심적인 요소였다.

과거 여름철이면 등산객이나 참배객이
탑사 경내를 걷는 도중,
조용히 흐르는 물줄기의 청량한 소리를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었고,
그 물은 식수로 사용되기도 할 만큼 깨끗하고 차가웠다.

그러나 2025년 7월 초,
나는 마이산을 찾았고
평소 물 흐르던 바위 아래에서
물이 거의 말라버린, 고요한 정적만을 마주했다.
암반 틈에서는 물 대신 먼지 바람만 일었고,
마른 이끼들이 검게 붙어 있는 모습이 더욱 강한 이질감을 주었다.

현장에 계신 A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여름이면 샘물소리가 깊게 울렸습니다.
올해는 물이 너무 빨리 말라버려
지금은 그냥 돌덩이만 남았지요.
처음 겪는 일입니다.

이 글은 마이산 샘물 고갈 현상,
그리고 그 배경에 있는 기후변화에 따른 지하수 순환 구조의 변화를 중심으로
기록한 현장 보고서다.


2. 마이산의 물이 사라진 구조적 이유

마이산의 물줄기는
지표수가 아닌 암반수, 즉 바위 사이로 스며든 물이
천천히 빠져나오며 생성된 자연 순환형 샘물이다.
이러한 암반수는

  • 강우량
  • 지하수위
  • 암석의 온도 차
    등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2025년 진안군 지역의 기후 데이터를 보면:

  • 4~6월 누적 강수량 176mm → 평년 대비 38% 감소
  • 6월 일 최고기온 평균 30.6도 → 2.2도 상승
  • 밤 기온 상승 → 야간 냉각 부족 → 수분 응축 실패

이러한 조건들은
암반에 흡수되는 물의 양을 줄이고,
기존에 저장된 지하수도
더 빠른 속도로 증발되거나 증류되도록 만든다.

B씨(국립공원 생태보전연구원 지질 수문팀)는 말했다.

암반에 스며든 물은 천천히 방출되는 특성이 있어
평상시엔 잘 느껴지지 않지만
비가 부족하거나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으면
몇 달 만에 흐름이 멈춰버릴 수 있습니다.
지금 마이산이 딱 그 상태죠.


3. 물이 사라지면, 풍경도 기능도 무너진다

샘물은 단지 보는 경치가 아니다.
그건 산 전체 생태계에서 수분 유지와 온도 조절,
동식물 생존을 위한 수리 기반
이기도 하다.

마이산 일대는

  • 야생 조류의 물 마시는 구역
  • 양치식물 및 이끼류의 생육 조건
  • 곤충 및 미생물 서식지로 기능하던
    작은 수로, 바위골, 고인 웅덩이가
    모두 말라가고 있다.

특히 마이산은
평탄한 계곡이 적고 대부분이 암반 지형이기 때문에,
샘물이 말라버리면
새나 야생동물이 대체할 수 있는 수분 공급원이 거의 없다.

C씨(마이산 생태안내 해설사)는 말했다.

예전엔 바위 위만 걸어도 축축했어요.
지금은 먼지가 나고, 바위끼리 부딪히는 소리만 들립니다.
이끼가 다 말랐고, 작은 곤충들도 줄었어요.

즉, 물이 끊기면 풍경만 조용해지는 게 아니라
산 전체의 생명 순환이 느리게 죽어가는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4. 물소리가 멈췄다는 건, 자연의 신호가 끊겼다는 뜻이다

마이산의 물소리는
단순히 정적을 깨는 배경음이 아니었다.
그건 이 산이 숨 쉬고 있다는 신호였고,
오랜 세월 동안 기후와 지질이 만들어 낸
자연 순환의 상징
이었다.

이제 그 순환이 멈추고 있다.

  • 비는 내리지 않고
  • 밤도 식지 않고
  • 땅도 물을 머금지 못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나는 이번 여름,
마이산 바위 아래서 더는 들리지 않는 물소리를 통해
기후 위기의 진짜 공포는
가장 조용한 공간에서 시작된다는 걸 느꼈다.

앞으로도 이 변화의 흐름을 멈추지 않고 기록할 것이다.
우리를 통해, 멈춰버린 자연의 신호가
다시 귀 기울여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