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름철 논습지에서 사라진 익숙한 장면
강화도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넓은 평야와 습지,
그리고 철새 도래지가 함께 유지되는 중요한 생태 공간이다.
특히 6월 중순부터 7월 초 사이,
**논에 물이 고이면서 일시적인 습지(논습지)**가 형성되면
도요새, 물떼새, 알락도요 같은 작은 습지 철새들이
떼 지어 내려앉는 풍경이 매년 반복되곤 했다.
하지만 2025년 7월 초,
나는 강화군 길상면의 한 논습지를 찾았지만
이전에 비해 도요새의 개체 수가 극적으로 줄어든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논 위로는 벼는 푸르게 자라고 있었지만,
물 위를 터벅터벅 걷던 도요새들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현장 인근에 거주 중인 A씨(논농사 및 조류관찰 활동가)는 말했다.
“작년까지는 새벽마다 도요새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올해는 며칠을 기다려도 잘 안 보여요.
논에 물이 덜 차오르고, 얕은 구간이 확 줄었어요.”
이 글은 강화도 논습지에서 실제로 줄어든 도요새 개체 수,
그리고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후 변화와 농업 관개 방식 변화를 분석한
현장 생태 관찰형 콘텐츠다.
2. 도요새가 줄어든 진짜 이유는 ‘논이 더 이상 습지가 아니라서’
논습지는 원래 농업용 논에 일시적으로 물이 차면서 생기는
인공적이지만 철새에게 매우 유리한 습지 환경이다.
특히 도요새는
- 얕은 물 위에 노출된 진흙질 토양
- 수분이 있는 모래·논두렁 구간
- 짧은 수초가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
그런데 2025년 여름, 강화도 대부분의 논에서는
- 관개 주기 단축 (예전보다 물을 자주 빼고 넣음)
- 기온 상승에 의한 물 증발 가속
- 수로 정비로 인한 일시적 습지 구간 감소
등이 동시에 나타났다.
기상청과 농진청 데이터에 따르면,
- 6월 강화군 평균 증발산량 4.3mm/일 → 2020년 대비 1.8배 증가
- 논습지 유지 시간 3일 이상 → 평균 1.5일로 단축
- 도요새 관측일수 2023년 21회 → 2025년 8회로 감소
B씨(강화도 생물다양성 모니터링 센터 연구원)는 이렇게 설명한다.
“논이 습지 구실을 하려면
물이 빠지지 않고 며칠 이상 유지돼야 해요.
하지만 요즘은 고온으로 인해
관개 후 하루 이틀이면 물이 말라버리고,
도요새가 착지할 만큼의 얕은 물 환경이 사라진 겁니다.”
3. 사라진 새는 풍경만이 아니라 기능도 함께 잃는다
도요새는 단지 귀엽고 독특한 새가 아니다.
그들은 습지에서
- 유기물 분해 미생물의 균형 조절
- 논에 서식하는 해충류 포식
- 논 주변 토양을 뒤집어주는 환기 효과를 수행하며
하나의 작은 생태 조정자로 기능한다.
도요새가 줄어들면
- 논에 이끼, 부영양화 조류 증가
- 해충에 의한 벼의 피해 증가
- 논 생물 다양성 저하 등이 이어지며,
결국 논이라는 공간 자체의 생태적 복원력이 약해진다.
C씨(강화도 생태농업 시범마을 관계자)는 말했다.
“우리 논은 새가 많을수록 농약을 덜 쓰게 돼요.
도요새나 쇠물닭이 와서 벌레를 먹으면
그만큼 땅도 숨을 쉬고,
논이 논다워지거든요.
근데 올해는 조용해요.”
이건 단지 한 마리 새의 부재가 아니라
논이라는 생태 시스템에서 중요한 연결 고리가 끊어진 징후였다.
4. 논이 물을 머금지 못하면, 새도 사람도 떠난다
논습지는
단순한 농경지가 아니라,
한철 동안만 피어나는 소규모 생태 축이었다.
그 축 위를 날아다니던 도요새의 발자국이
올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농업 기술의 변화만이 아니라,
기온 상승과 물 순환 구조의 변화가 만든
비자연적 결과다.
지금 논은 더 자주 말라가고,
논을 찾던 생물은 갈 곳을 잃고 있다.
나는 이번 여름 강화도 논습지에서
도요새를 기다렸지만, 그 빈 논에서
고요하고 무거운 공기만이 흐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앞으로도 이 기록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를 통해 사라지는 새들의 메시지가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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