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

고성 바다, 손을 넣자마자 따뜻한 이유

onlinerich-1 2025. 7. 20. 20:13

수온이 상승한 여름 고성 해변에서 사람들이 따뜻한 바다를 즐기는 모습

1. 동해안 바다가 더 이상 시원하지 않다

고성은 강원도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조용하고 맑은 해변으로,
매년 여름철 피서객들이 차가운 동해 바다를 찾기 위해 몰려드는 곳이다.
특히 고성의 바다는 차가운 수온과 맑은 물빛, 빠른 해류로 유명해
‘동해는 차갑다’는 고정 관념을 대표하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2025년 7월 초, 나는 고성 봉수대 해변 인근에서
발을 담그는 순간, 익숙하지 않은 따뜻한 수온감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단지 ‘햇볕이 강해서’가 아니었다.
수면과 표층뿐 아니라, 허리 깊이까지 들어가도 식지 않는 미지근한 물의 감각이었다.

현지 서핑업체 A씨는 말했다.

예전엔 7월에도 보드 탈 때 입 떨면서 들어갔는데
요즘은 그냥 수영복 입고도 버틸 정도예요.
바다가 미지근하단 말, 진짜예요.

이 글은 고성 앞바다에서 실제로 체감된 수온 상승,
그리고 그 수온 변화가 해양 생태계, 지역 관광, 안전 관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현장 중심으로 풀어낸 생태 관찰형 리포트다.


2. 동해의 시원함이 사라지는 구조적 이유

동해는 본래 심층 냉수가 해안 가까이까지 올라오는
‘용승(湧昇, upwelling)’ 구조
로 인해 수온이 낮게 유지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 표층 수온의 장기 상승
  • 심층 냉수의 상승 지연 및 깊이 제한
  • 표층 혼합층 약화 등의 조건이 겹치면서
    이 구조가 붕괴되고 있다.

기상청과 국립해양조사원 자료에 따르면,

  • 2025년 6월 말 기준 고성 해역 수온: 24.6도
  • 평년 동월 대비 +2.8도 상승
  • 2010년 대비 15년간 평균 수온 상승률: +0.21도/년

B씨(동해 해양기후연구소 해류분석팀)는 설명한다.

동해는 북태평양 난류의 영향을 조금 받는데
기온이 올라가면서 냉수층 위로 따뜻한 수층이 더 두꺼워졌고,
이게 해안으로 확장되면서 바다 전체가 더디게 식고 있습니다.

실제로 드론 수온 센서 분석 결과에선
수면 아래 1m~2.5m 구간에서도 24도 이상의 수온이 유지되고 있었고,
이는 일반적인 동해 수영 적정 수온(20~22도)을 초과하는 상태였다.


3. 해수욕은 편해졌지만, 생태계는 흔들리고 있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피서객의 일부는

예전보다 물이 편하다”,
아이들도 겁 없이 들어간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생태계는 그 따뜻함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수온이 올라가면:

  • 한류성 어종(도루묵, 청어, 명태 등)의 이동 또는 개체 수 감소
  • 난류성 어종(전갱이, 갈치, 흰베도라치 등)의 북상
  • 어장 구조 변화 및 수산업 혼란 발생

또한, 따뜻한 바다는 해양 조류 번식에도 영향을 준다.

  • 유해성 플랑크톤 증가
  • 녹조성 부영양화 미세조류 확산
  • 피서객 피부 트러블 유발 균 증식 위험

C씨(고성군 수산과 담당자)는 말한다.

몇 년 전부터 낚시터에서 잡히는 고기가 달라졌어요.
그리고 여름철 물속 탁도가 오히려 예전보다 높을 때가 많아요.
깨끗한 동해의 이미지가 흐려지는 건
우리 어민들에게는 직접적인 생계 타격입니다.


4. 바다가 따뜻하다는 건 경고일 수 있다

동해 바다는 오랫동안
‘가장 시원하고 청정한 해역’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제 그 시원함은 과거의 기억이 되어가고 있다.
손을 넣자마자 따뜻하게 느껴지는 바다는
단순한 변화가 아닌,
기후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경고일 수 있다.

해수면 온도 상승은

  • 해류의 흐름
  • 해양 생물의 분포
  • 해양 쓰레기 회전 경로
  • 피서객의 건강 위험 요인
    까지 영향을 미치는 종합적인 변화다.

나는 이번 여름 고성 바다에서
오히려 너무 쉽게 몸이 적응되는 수온을 느끼며
‘바다가 우리에게 보내는 미묘한 경고’를 체감했다.

앞으로도 이 기록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를 통해 따뜻해진 바다의 변화가
보다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