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순천만이 낯설어졌다
순천만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안 갯벌 생태계 보호구역이자
매년 수십만 명이 찾는 생태 관광 명소다.
부드럽고 깊은 진흙 갯벌, 검은머리물떼새, 칠면초 군락…
모두 순천만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2025년 6월 말, 나는 순천만 탐방로 끝 지점에서
예전과 다른 풍경을 목격했다.
발밑에 진흙이 아니라, 모래가 깔려 있었다.
발을 디딜 때 특유의 푹 꺼지는 느낌도 줄었고,
곳곳에선 마른 모래 입자가 흩날리기도 했다.
근처에서 탐방 안내를 하던 A씨는 말했다.
“예전엔 여긴 장화 없인 못 걸었어요.
근데 요즘은 갯벌이 단단해지고, 모래처럼 변해가요.
사람들이 갯벌 체험하기에도 ‘덜 갯벌 같다’고 하죠.”
이 글은 실제로 순천만에서 목격된
퇴적물 변화, 즉 진흙 갯벌에서 모래 성분 증가 현상,
그리고 그 원인이 기후와 조위, 수질, 해류 변화에 있다는 사실을 추적하는 기록이다.
2. 진흙은 줄고, 모래가 들어오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 2025년 1분기 자료에 따르면,
순천만 일대 갯벌의 점토 및 실트 비율이 5년 전 대비 18% 감소,
반면 모래(사질퇴적물)의 비율은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퇴적 구조 변화는
- 해류 속도 증가
- 상류에서의 퇴적물 유입 감소
- 조석 차이 변화
- 육상에서의 강우 패턴 변화
등의 복합적인 기후·환경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최근 순천만 상류권의 비 정기적 폭우 + 댐 조절 운영으로 인해
미세 퇴적물이 유입되기 전 강한 유속에 떠내려가버리는 경우가 늘고 있고,
남아있는 퇴적물 중 입자가 크고 무거운 모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B씨(순천만국가정원 생태연구팀 소속)는 이렇게 말했다.
“순천만은 원래 부드러운 진흙질로 생물 다양성이 높은 지역인데
지금은 일부 구간에서 갯지렁이, 뱀장어, 칠게 서식 밀도가 확연히 줄고 있어요.
바닥질이 바뀌면 생물도 바뀝니다.”
3. 갯벌이 변하면 생물도, 체험도, 기억도 바뀐다
순천만 갯벌은 단순한 자연 공간이 아니라
지역 경제, 관광, 교육, 생태감수성의 중심축이다.
그런데 지금 그 중심의 질감이 바뀌고 있다.
관광객 C씨(가족 단위 방문객)는 말했다.
“아이랑 갯벌 체험 왔는데,
예전처럼 진흙에 발 묻히는 느낌이 없고
마른 땅 같다고 하더라고요.”
갯벌을 구성하는 퇴적물은
- 수분 유지력
- 산소 공급
- 미세 생물 분포
- 조개류와 해저 생물 서식 안정성
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즉, 진흙이 줄어든다는 건
갯벌 생태계의 기반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체험 활동의 재미나 생물 채집 가능성도 줄어들고 있으며,
일부 갯벌 체험 마을에선 “예전만 못하다”는 피드백이 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 이미지와 체험 만족도, 재방문율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4. 바뀌는 바닥은 바다의 경고다
갯벌은 단지 ‘진흙 위에 물이 고인 풍경’이 아니다.
그건 바다가 내륙으로 말을 거는 곳이고,
수십 종의 생물이 하루에도 두 번씩 이주하며
살아가는 ‘움직이는 숲’ 같은 공간이다.
순천만 갯벌에서 진흙이 줄고 모래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건,
이제 그 숲이 다른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수온 상승, 조류 변화, 강우 패턴 왜곡, 퇴적 경로 변화…
모두 기후 변화가 남기는 해안의 흔적이다.
나는 이번 여름,
순천만의 갯벌에서 무릎까지 빠지는 진흙이 아니라
마른 모래 위를 걷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았다.
자연은 그렇게 조용히 바닥부터 바뀌고 있었다.
앞으로도 이 변화를 기록할 것이다.
우리를 통해 이런 작은 변화가 큰 징후임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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