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

괴산의 여름 밤벌레 소리가 줄어든 이유

onlinerich-1 2025. 7. 10. 20:35

곤충 울음이 줄어 조용해진 괴산의 여름 밤 풀숲 풍경

1. 밤이 조용해졌다, 그래서 불편해졌다

괴산은 충청북도에서도 산과 계곡이 어우러진
자연 생태 밀집 지역이다.
특히 여름밤이면 창문을 열고
풀벌레 소리, 매미 후속 울음, 야간 곤충 날갯짓 소리까지
다채로운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25년 7월 초, 나는 괴산 감물면에 위치한 한 시골 마을에서
유난히 고요한 밤을 체감했다.
풀숲이 울지 않았다.
간간이 모기 소리만 들릴 뿐,
예년엔 밤마다 들리던 곤충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현지에 거주하는 A씨(70대 농민)는 이렇게 말했다.

여름밤이 이렇게 조용한 건 처음이에요.
예전엔 귀가 따가울 정도로 울었는데,
요즘은 귀가 허전해서 잠이 안 와요.

이 글은 괴산에서 사라지고 있는 ‘밤벌레의 소리’,
곤충 개체수 감소와 그 원인이 된 기후 변화, 생태계 교란
청각 기반으로 관찰하고 분석한 기록이다.


2. 여름밤 생태의 변화, 곤충이 줄고 있다

곤충은 체온 조절을 하지 못하는 ‘변온동물’이다.
즉, 주변 온도에 따라 활동성과 생존률이 결정되며,
특히 야간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날이 지속되면
곤충의 야간 활동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괴산군 2025년 6~7월 평균 야간 기온은
24.7도였으며,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는 평균 26.3도를 기록했다.
이는 곤충들이 야간 활동을 회피하거나,
애벌레 상태로 생장을 멈춘 채 정지
하게 되는 환경 조건이다.

또한, 최근에는

  • 산란지 토양의 건조화
  • 농경지 주변 제초제 살포 증가
  • 야간 빛 공해(LED 가로등/농막 조명 등)
    도 복합적으로 작용해
    야간 곤충류의 개체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B씨(곤충 관찰 동호회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2020년대 초반만 해도
7월엔 귀뚜라미, 방울벌레, 풀무치 다 들렸는데
요즘은 소리 자체가 1/3로 줄었어요.


3. 소리가 줄어든다는 건 곧 생명 연결이 끊어진다는 뜻

밤벌레의 울음은 단지 정서적 배경음이 아니다.
그 소리는 곤충의 생존, 짝짓기, 산란, 생태계 순환의 일부다.
그들이 울지 않는다는 건,
이미 개체수나 번식률, 생장 조건에 이상이 생겼다는 의미다.

곤충이 줄면

  • 박쥐, 개구리, 조류 등 상위 포식자의 먹이 부족
  • 꽃가루 매개자 감소 → 식물 번식 저해
  • 농작물 해충의 자연적 억제력 감소
    라는 생태계 연결망 붕괴가 함께 시작된다.

C씨(괴산군 산림환경 담당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곤충 소리가 줄었다는 건 단지 귀로 느끼는 게 아니고,
생태계의 진동이 멈췄다는 뜻이에요.
실제로 올해는 산새 울음도 줄었다는 민원이 들어왔어요.

즉, 밤이 조용하다는 건
자연이 건강하지 않다는 조용한 신호일 수 있다.


4. 사라진 밤의 소리는 기후 변화의 또 다른 언어다

괴산의 조용한 밤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했다.
소리가 없다는 건 자연의 활동이 줄고 있다는 뜻이었고,
자연의 활동이 줄면 결국 인간의 삶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밤벌레는

  • 농촌의 정서
  • 계절의 흐름
  • 생태계의 순환
    을 소리로 알려주는 자연의 알람이었다.

이제 그 알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청각은 시각보다 더 민감하게 변화를 감지하는 감각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귀로 느낄 수 있는 생태계의 변화는
이제 기후 변화의 또 다른 언어로 읽혀야 한다.

나는 이번 괴산의 조용한 밤을 통해
기후 변화가 얼마나 섬세하게, 그리고 조용하게
우리 삶을 바꾸고 있는지를 느꼈다.
앞으로도 이런 기록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를 통해 사라진 자연의 소리가 다시 들려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