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 53

고창 운곡습지, 여름이 되어도 물이 흐르지 않는다

1. 흐르지 않는 습지, 조용한 정적만 남다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에 위치한 운곡습지는국내에서 드물게 자연생태 보전이 잘 된 내륙형 습지로논습지와 하천, 산림이 어우러진 독특한 복합 생태계를 유지해왔다.여름이면 맑은 물이 천천히 흐르며,벼농사와 습지 생물들이 공존하는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었다.그러나 2025년 7월 중순,나는 운곡습지를 찾았고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물이 흐르지 않는 풍경이었다.습지 중앙부는 물이 거의 말라 있었고,갈대 사이로 보이던 작은 물길은 흙으로 메워진 듯 건조해져 있었다.물속에서 자라던 수초는 누렇게 변했고,물길 위를 날던 잠자리 떼는 보이지 않았다.현장 습지안내원 A씨는 말했다.“여름이 가장 풍성해야 하는데올해는 6월부터 물이 줄기 시작하더니7월엔 거의 끊겼어요.이 정도로 마른 건..

기후학 2025.07.29

청송 얼음골, 더 이상 얼지 않는 이유

1. 한여름에도 얼음이 남던 그곳이 텅 비었다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에 위치한 청송 얼음골은한여름에도 자연적으로 얼음이 어는 국내 대표 '자연 냉장고' 지형이다.주변의 암반 사이에서 냉기가 솟아나며 물이 얼고,기온이 영상 30도를 넘는 날에도얼음층이 유지되는 독특한 현상 덕분에관광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하지만 2025년 7월 초,나는 얼음골을 찾았고,바위틈과 그늘진 동굴 안에서얼음을 찾을 수 없었다.물방울은 있었지만 고체화되지 않았고,바위에서 나오는 냉기 또한 확연히 약해졌다.계곡 주변은 습도보다 건조함이 먼저 느껴졌고,관광객의 탄식도 군데군데서 들려왔다.현장 안내인 A씨는 말했다.“예전엔 6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는바위 사이 얼음이 잡혀 있었어요.올해는 아예 안 얼었어요.처음이에요, 이렇게까지 안 생..

기후학 2025.07.28

서천 갯벌에서 게들이 사라지는 이유

1. 갯벌에 구멍은 많은데, 게는 없다충청남도 서천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물 다양성 갯벌 보전지역이다.서천 송림리 일대의 연안 갯벌은매년 수천 마리의 방게, 칠게, 민챙이게가 서식하며수많은 철새와 저서생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습지 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해왔다.그러나 2025년 7월 초,나는 간조 시간대에 맞춰서천 송림리 해변 일대의 갯벌을 관찰하던 중,눈에 띄게 줄어든 게 개체 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갯벌 위에는 수천 개의 구멍이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그 어느 구멍에서도 게가 나와 움직이지 않았다.기껏해야 몇 마리의 유생과죽은 게의 껍데기만이 간헐적으로 발견됐을 뿐이었다.현장 생태조사팀 A씨는 말했다.“갯벌 구멍은 여전히 있는데게는 안 보여요.게들이 나오질 않아요.이 정도로 조용한 갯벌은 정말 오랜만입..

기후학 2025.07.27

제주 송당 오름, 왜 이끼가 더 이상 자라지 않나

1. 제주 동부 숲에서 이끼가 사라지고 있다제주의 송당리는 동쪽 오름 군락지대 중 하나로,특히 송당 오름은 울창한 숲과 음지 환경, 화산회 토양으로 인해다양한 선태류(이끼류)가 자생하던 대표적인 장소였다.이곳의 숲 바닥과 바위, 나무 밑동을 덮은 초록 이끼들은한여름에도 서늘함과 습윤함을 느끼게 해주는 자연의 조각 같았다.그러나 2025년 7월 초,나는 송당 오름 중턱의 대표적 이끼 군락지였던북사면 일대를 찾았고,예전보다 훨씬 말라버린 숲 바닥과갈색으로 변색된 이끼층을 확인할 수 있었다.무릎 아래 높이까지 덮이던 이끼는흙이 드러난 채 줄어 있었고,바위에는 단지 마른 자국만이 남아 있었다.현장 생태자원해설가 A씨는 이렇게 말했다.“여긴 원래 여름철에도 축축한 이끼가 살아 있었어요.근데 지금은 이끼가 타들어간..

기후학 2025.07.26

양평 세미원, 연꽃이 줄어든 조용한 여름

1. 연꽃으로 가득했던 연못이 비어 보였다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 위치한 세미원은‘물과 꽃의 정원’을 모토로,여름이면 수천 송이의 연꽃이 만개해관광객과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여름 관광지다.특히 7월~8월 사이, 연못 전체가 연잎과 연꽃으로 덮이는 장면은매년 TV와 SNS를 통해 소개되며‘한국 여름의 정원’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됐다.그러나 2025년 7월 중순,나는 세미원을 찾았고가장 큰 연못 앞에 섰을 때한눈에 띄게 줄어든 연꽃의 개화량과텅 빈 공간들이 불규칙하게 드러난 풍경을 목격했다.연잎은 떠 있었지만꽃이 피지 않은 줄기들,혹은 아예 꽃봉오리조차 맺히지 못한 채잎만 무성한 구역들이 곳곳에 나타났다.현장에 있던 정원관리인 A씨는 말했다.“6월까진 괜찮았는데,7월 들어 연꽃이 예년만큼 올라오질 ..

기후학 2025.07.25

철원평야의 여름, 왜 철새가 안 오는가

1. 여름철 철원 들판이 조용해졌다강원도 철원은 국내에서도 드물게넓은 평야 지대와 습지, 그리고 비무장지대(DMZ) 생태벨트가 어우러진철새들의 주요 번식·도래지로 잘 알려져 있다.특히 여름철에는 도요새, 황로, 쇠백로, 알락해오라기 등수많은 여름철새들이 철원 논습지를 무대로번식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곤 했다.그런데 2025년 7월 중순,나는 철원 갈말읍 일대 평야를 방문했을 때논두렁과 둠벙 주변, 하천과 연결된 습지 구역에서철새가 거의 보이지 않는 풍경을 마주했다.논은 평소처럼 넓게 펼쳐져 있었지만,고요하고 새 울음 한 번 들리지 않는 이례적인 정적이평소의 여름철 철원 풍경과는 매우 달랐다.현장 농민 A씨는 이렇게 말했다.“예전엔 지금쯤 새들이 날아다니고논 위를 거닐었어요.올해는 봄 이후로 거의 보질 못했..

기후학 2025.07.22

마이산의 물소리가 멈췄다 – 기후의 경고

1. 바위 아래서 들리던 물소리가 사라졌다전북 진안에 위치한 **마이산(馬耳山)**은두 개의 봉우리가 말의 귀처럼 솟아 있는 독특한 지형 덕분에오랜 세월 동안 신비로운 산으로 여겨져 왔다.그중에서도 마이산 탑사 근처의 샘물과 암반 틈새에서 흘러나오는 물소리는산 전체에 맑고 고요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핵심적인 요소였다.과거 여름철이면 등산객이나 참배객이탑사 경내를 걷는 도중,조용히 흐르는 물줄기의 청량한 소리를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었고,그 물은 식수로 사용되기도 할 만큼 깨끗하고 차가웠다.그러나 2025년 7월 초,나는 마이산을 찾았고평소 물 흐르던 바위 아래에서물이 거의 말라버린, 고요한 정적만을 마주했다.암반 틈에서는 물 대신 먼지 바람만 일었고,마른 이끼들이 검게 붙어 있는 모습이 더욱 강한 이..

기후학 2025.07.21

고성 바다, 손을 넣자마자 따뜻한 이유

1. 동해안 바다가 더 이상 시원하지 않다고성은 강원도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조용하고 맑은 해변으로,매년 여름철 피서객들이 차가운 동해 바다를 찾기 위해 몰려드는 곳이다.특히 고성의 바다는 차가운 수온과 맑은 물빛, 빠른 해류로 유명해‘동해는 차갑다’는 고정 관념을 대표하는 지역이었다.그런데 2025년 7월 초, 나는 고성 봉수대 해변 인근에서발을 담그는 순간, 익숙하지 않은 따뜻한 수온감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그건 단지 ‘햇볕이 강해서’가 아니었다.수면과 표층뿐 아니라, 허리 깊이까지 들어가도 식지 않는 미지근한 물의 감각이었다.현지 서핑업체 A씨는 말했다.“예전엔 7월에도 보드 탈 때 입 떨면서 들어갔는데요즘은 그냥 수영복 입고도 버틸 정도예요.바다가 미지근하단 말, 진짜예요.”이 글은 고성 앞바..

기후학 2025.07.20

강화도 논습지에서 도요새를 찾기 힘든 이유

1. 여름철 논습지에서 사라진 익숙한 장면강화도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넓은 평야와 습지,그리고 철새 도래지가 함께 유지되는 중요한 생태 공간이다.특히 6월 중순부터 7월 초 사이,**논에 물이 고이면서 일시적인 습지(논습지)**가 형성되면도요새, 물떼새, 알락도요 같은 작은 습지 철새들이떼 지어 내려앉는 풍경이 매년 반복되곤 했다.하지만 2025년 7월 초,나는 강화군 길상면의 한 논습지를 찾았지만이전에 비해 도요새의 개체 수가 극적으로 줄어든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논 위로는 벼는 푸르게 자라고 있었지만,물 위를 터벅터벅 걷던 도요새들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현장 인근에 거주 중인 A씨(논농사 및 조류관찰 활동가)는 말했다.“작년까지는 새벽마다 도요새 울음소리가 들렸는데올해는 며칠을 기다려도 잘 ..

기후학 2025.07.19

안동 하회마을의 아침이 덜 몽롱해진 이유

1. 아침 풍경에서 안개가 사라지고 있다경상북도 안동의 하회마을은전통 한옥이 고요하게 강을 따라 늘어선 아름다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마을이다.특히 하회마을을 대표하는 아침 풍경은새벽녘 ‘물안개’가 마을 전체를 감싸며 연출되는 장면이었다.과거 많은 여행자와 사진가들이 이 물안개를 담기 위해이른 새벽부터 병산서원 언덕에 올라백색 수증기로 흐릿하게 덮인 마을과 낙동강의 몽환적인 풍경을 기다리곤 했다.하지만 2025년 7월 초, 나는전날 비가 온 뒤 맑게 개인 아침,전형적인 물안개 발생 조건이 갖춰진 날 아침 5시 30분,하회마을을 내려다보는 자리에서안개가 거의 형성되지 않은 맑은 강과 선명한 지붕들만을 목격했다.현지 주민 A씨는 말했다.“예전엔 여름이면 새벽마다 안개가 가득했어요.이제는 한 달에 몇 번 보기..

기후학 2025.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