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

청송 얼음골, 더 이상 얼지 않는 이유

onlinerich-1 2025. 7. 28. 20:33

여름에도 얼음이 보이지 않는 청송 얼음골의 마른 바위와 조용한 계곡 풍경

1. 한여름에도 얼음이 남던 그곳이 텅 비었다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에 위치한 청송 얼음골
한여름에도 자연적으로 얼음이 어는 국내 대표 '자연 냉장고' 지형이다.
주변의 암반 사이에서 냉기가 솟아나며 물이 얼고,
기온이 영상 30도를 넘는 날에도
얼음층이 유지되는 독특한 현상
덕분에
관광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25년 7월 초,
나는 얼음골을 찾았고,
바위틈과 그늘진 동굴 안에서
얼음을 찾을 수 없었다.
물방울은 있었지만 고체화되지 않았고,
바위에서 나오는 냉기 또한 확연히 약해졌다.
계곡 주변은 습도보다 건조함이 먼저 느껴졌고,
관광객의 탄식도 군데군데서 들려왔다.

현장 안내인 A씨는 말했다.

예전엔 6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는
바위 사이 얼음이 잡혀 있었어요.
올해는 아예 안 얼었어요.
처음이에요, 이렇게까지 안 생긴 건.

이 글은 청송 얼음골의 '냉기 결핍' 현상,
그리고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하 찬기류 차단, 습도 감소, 절대기온 변화
지질 및 기후 구조 중심으로 분석한 생태 콘텐츠다.


2. 얼음골이 얼지 않는 지질학적 이유

청송 얼음골의 냉기 현상은
단순히 기온이 낮아서가 아니라
특수한 지질 구조에서 비롯된다.

  • 풍화암층과 암괴류 사이의 틈에서
  • 지하 찬공기가 여름에 상승하고
  • 상부의 그늘과 응축 조건이 유지되어야
    결로 → 결빙 → 지속적 냉기층 형성이 가능하다.

그런데 2025년 기상청 및 국토지리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 부동면 지하 암반 온도: 7.1℃ → 9.4℃ 상승 (5년간)
  • 암괴 사이 틈의 공기 흐름 속도 약 28% 감소
  • 여름철 절대습도 22.4g/m³ → 17.1g/m³로 급감

즉, 냉기를 유지하기 위한
'차가운 공기 흐름'과 '수증기 응결 조건'이
모두 약해졌다는 뜻이다.

B씨(지질기후연구소 연구원)는 말했다.

지하에서 냉기가 올라오려면
상부와 하부의 기압 차이, 공기 밀도 차이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바깥 공기가 너무 따뜻해서
지하 찬공기가 아예 나오질 않아요.
공기 흐름이 막히고, 습도가 낮아 응결도 안 되고요.


3. 얼음이 없다는 건 단지 ‘보기 아쉬운 풍경’이 아니다

얼음골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한반도 여름 기후의 지질학적 타임캡슐 같은 공간이다.
이곳에서 얼음이 생긴다는 것은

  • 암반 내부가 그만큼 차갑게 유지되고
  • 대기의 수증기가 자연 냉기와 만나
    자연 결빙 현상이 일어나는 기후 조건
    이 유지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2025년, 얼음골의 얼음이 사라졌다는 건

  • 지하 냉기 순환 붕괴
  • 암반 구조의 온도 균형 파괴
  • 극단적 여름 기온이 지하까지 침투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얼음골이 기능을 상실하면:

  • 암괴류 틈 사이의 생물 군락도 위협
  • 지하 습도 기반 이끼·균류 생물 다양성 감소
  • 지역 냉기 기반 문화 생태 콘텐츠 붕괴

현장 지역 문화 해설사 C씨는 말했다.

이 얼음골은 여름철에
사람뿐 아니라 동물, 식물, 곤충들까지
쉼터 역할을 했던 곳이에요.
이젠 바위 아래도 뜨겁고,
이끼가 다 말랐어요.
여긴 ‘차가운 숨’이 사라졌어요.


4. 얼지 않는 얼음골, 그것이 보내는 침묵의 경고

청송 얼음골이 얼지 않는다는 건
단지 여름 풍경이 하나 줄어든 것이 아니라
기후 시스템이 한 층 더 깊이 무너졌다는 신호다.

이전에는
‘이상 고온이 계속돼도,
여긴 괜찮다’고 말할 수 있었던 마지막 자연 피난처.
이제 그곳조차
온도의 균형이 깨졌고,
지하 냉기의 순환이 멈췄다.

나는 이번 여름,
물 한 방울도 얼지 않는 얼음골에서
자연은 인간보다 먼저 포기한다는 메시지를 들었다.
앞으로도 이 조용한 붕괴를 기록할 것이다.
우리를 통해 얼지 않는 자연의 경고가
더 많은 이들의 마음에 닿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