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

제주 송당 오름, 왜 이끼가 더 이상 자라지 않나

onlinerich-1 2025. 7. 26. 09:31

여름철 제주 송당 오름에서 말라붙은 이끼층과 황폐해진 숲 바닥

1. 제주 동부 숲에서 이끼가 사라지고 있다

제주의 송당리는 동쪽 오름 군락지대 중 하나로,
특히 송당 오름은 울창한 숲과 음지 환경, 화산회 토양으로 인해
다양한 선태류(이끼류)가 자생하던 대표적인 장소였다.
이곳의 숲 바닥과 바위, 나무 밑동을 덮은 초록 이끼들
한여름에도 서늘함과 습윤함을 느끼게 해주는 자연의 조각 같았다.

그러나 2025년 7월 초,
나는 송당 오름 중턱의 대표적 이끼 군락지였던
북사면 일대를 찾았고,
예전보다 훨씬 말라버린 숲 바닥과
갈색으로 변색된 이끼층
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릎 아래 높이까지 덮이던 이끼는
흙이 드러난 채 줄어 있었고,
바위에는 단지 마른 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현장 생태자원해설가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여긴 원래 여름철에도 축축한 이끼가 살아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이끼가 타들어간 것처럼
색이 진해지고, 얇아지고, 손으로 만지면 바스라져요.
올해는 특히 건조하다는 말들이 많아요.

이 글은 송당 오름 이끼 감소 현상과,
그 배경이 되는 기온 상승, 지표 수분 증발, 화산회질 토양 구조 변화
집중적으로 다룬 지역 생태 콘텐츠다.


2. 제주 오름의 이끼가 사라지는 구조적 원인

제주 오름은 기본적으로 화산회질 토양 위에
얇은 부엽층과 이끼층이 수분을 유지하며 생태계를 구성
한다.
그중 이끼는 수분 저장기 역할을 하며,
숲 바닥의 온도, 습도, 그리고 미세 생물 다양성의 기반이 된다.

2025년 제주 동부지역 자료에 따르면:

  • 6~7월 평균 지표면 온도: 32.1℃ → 평년 대비 3.3℃ 상승
  • 야간 습도 81% → 68%로 급감
  • 일일 최대 증발산량 5.1mm → 사상 최고 기록
  • 이끼 분포 면적 평균 47% 감소 (3년 전 대비)

화산회 토양은 기공 구조가 크고 수분 보존력이 약해,
기온이 올라가고 습도가 낮아지면
지표수와 지하수 모두 빠르게 소실되는 특징이 있다.

B씨(제주도 산림환경연구소 연구원)는 말한다.

이끼가 자라려면
지표와 공기 모두 일정 습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제주는 원래 습도가 높은 섬이었지만
최근 몇 년간 건조한 동풍과 고온 현상이 반복되며
이끼가 스스로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된 겁니다.


3. 이끼는 단지 초록 풍경이 아니라 ‘기초 생태 인프라’다

이끼가 사라진다는 건
눈에 띄지 않는 생태계 붕괴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이끼층은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 지표 온도 조절 → 과열 방지
  • 수분 저장 → 식생 유지
  • 이끼 속 서식 미생물 유지 → 토양 영양 순환
  • 낙엽 분해 보조 → 유기물 흡수 촉진

이 기능들이 무너지면

  • 숲 바닥의 수분 저류 능력 감소
  • 여름철 나무뿌리 열 스트레스 증가
  • 버섯류 감소 및 낙엽 분해 지연
  • 지표면 침식 심화 → 오름 토양 유실 가속 등이 발생한다.

현장 숲길 관리인 C씨는 말했다.

비가 한 번 와도
이끼가 없으니까 땅이 바로 말라요.
그리고 나무 아래가 뜨거워져서
예전보다 숲이 후끈하다는 얘기가 많아요.
이끼가 없어지니까 숲도 성격이 바뀐 거예요.


4. 조용히 사라지는 이끼가 보내는 강력한 신호

제주의 오름은 수천 년 동안
작은 식물과 곤충, 습도와 지열의 균형으로 유지되어 왔다.
그 중심에는 늘 이끼가 있었다.
이끼는 숲의 기초다.
그 기초가 사라지면
그 위에 존재하던 모든 구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나는 이번 여름,
송당 오름 숲의 그늘 속에서도
더 이상 축축하지 않은 공기와
거칠어진 흙의 감촉
을 느꼈다.
이건 단지 식물 하나의 변화가 아니라
섬 전체의 미세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앞으로도 이 미묘하지만 확실한 변화를 기록할 것이다.
우리를 통해 숲이 보내는 침묵의 경고가
더 많은 사람들의 귀에 닿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