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

부산 해수욕장, 해수면 상승이 가져온 풍경의 변화

onlinerich-1 2025. 7. 5. 13:22

부산 해수욕장, 해수면 상승이 가져온 풍경의 변화

1. 바다는 그대로인데, 풍경은 달라졌다

2025년 여름, 나는 부산 해운대에 도착하자마자 낯선 느낌을 받았다.
해변은 분명 예전과 같은 바다였지만, 그 풍경이 뭔가 미묘하게 달라진 것 같았다.
어릴 적 기억 속 해운대는 모래사장이 넓고, 파라솔과 사람들이 여유롭게 퍼져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올해 7월 초, 해변 모래 폭이 확연히 줄어들었고, 물결은 평소보다 훨씬 안쪽까지 밀려와 있었다.
모래사장은 비좁아졌고, 파라솔과 사람들은 파도와 가까운 위치에서 서로 부딪히며 공간을 나눠 써야 했다.

나는 해운대뿐 아니라 광안리, 송정 등 3곳의 해수욕장을 돌며 그 변화가 단지 기분 탓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바닷물의 위치가 예년보다 훨씬 안쪽으로 들어와 있었고, 해변 풍경 전체가 달라지고 있었다.
이 글은 내가 실제로 부산의 해변을 거닐며 체감한 해수면 상승과 풍경 변화,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정리한 현장형 기후 리포트다.


2. 해운대와 광안리, 사라지는 모래사장

해운대에서 가장 먼저 느껴진 변화는 모래 폭이 좁아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백사장부터 해수욕장 끝 라인까지 30m 이상 넓게 펼쳐졌던 공간이,
올해는 겨우 15m 남짓의 공간만 남아있었다.
나는 직접 걸음 수를 측정해봤는데, 예전 같으면 바다와 상가 사이를 40걸음 넘게 걸었지만,
이번에는 20걸음이 채 안 되는 거리였다.
특히 해변 관리요원도 “예전보다 물이 많이 안쪽까지 차오르고, 파라솔 설치 공간도 좁아졌다”고 증언했다.

광안리 해수욕장도 마찬가지였다.
방파제와 가까운 일부 구간은 바닷물에 파라솔이 잠기는 경우가 발생해,
파라솔 재배치 요청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왔다고 한다.
해수면 상승은 단순히 기후학적 현상이 아닌, 여름철 관광지 운영 자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변수가 되고 있었다.
또한 모래 유실도 심각한 수준인데,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해운대 일대에서 약 2,500톤의 모래가 침식되었다는 기사가 나왔고, 이는 내가 실제로 체감한 해변 풍경의 변화와 정확히 일치했다.


3. 관광객 반응과 지역의 대응 방식

나는 7월 첫 주 주말을 해운대에서 보내며, 관광객들의 반응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서울에서 온 한 20대 여행객은 “사진 찍으러 왔는데, 예전보다 바다가 너무 가까워서 좀 불편했다”고 말했고,
부산 지역 시민은 “요즘엔 해수욕장이 아니라 그냥 파도 치는 돌밭 같다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해변의 기능이 단순히 놀이나 휴식 공간을 넘어서, 기후 변화의 영향을 그대로 드러내는 지표로 바뀌고 있었다.

부산시는 이미 해운대에 인공 모래 공급 사업을 시범 도입 중이며,
광안리 쪽에는 해안 방벽과 제방 강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해수면이 계속 상승한다면,
이러한 인공적 조치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많다.
더구나 지형 자체가 저지대인 송정 해변의 경우,
몇 년 내에 비슷한 방식으로 상점가까지 물이 차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와 있다.
즉, 단지 바닷물의 위치가 변한 게 아니라,
부산의 해안선 자체가 기후 변화에 따라 재설계되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4. 해수면 상승은 관광의 풍경까지 바꿔놓았다

부산은 오랜 시간 동안 여름이면 사람이 모이는 해변 도시였다.
하지만 2025년 현재, 해수면 상승은 그 풍경마저 서서히 바꿔놓고 있다.
단순히 불편해진 것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과 일상의 구조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기후 변화는 ‘어디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부산의 해변처럼 우리의 추억, 생활, 관광,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해수면 상승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우리는 더 이상 “해변이 달라졌네”라고만 말할 것이 아니라,
도시와 시민이 함께 해양 환경에 대한 적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도시 차원에서는 침식 방지 기술, 탄소저감형 해양 인프라 구축, 시민 인식 교육이 필요하며,
개인 역시 해변 쓰레기 줄이기, 무분별한 해양 개발 감시 등 실천 행동을 고민해야 한다.
나는 앞으로도 부산 해변의 변화를 기록할 것이며, 이 기록이 우리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기후 변화가 가져오는 실제적 위협을 알려주는 창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