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밤중에도 잠 못 드는 도시가 되다
2025년 여름, 광주는 더 이상 ‘따뜻한 남도 도시’가 아니다. 올해는 유독 여름이 일찍 시작됐고, 본격적인 무더위는 6월 말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강하게 체감한 변화는 낮보다도 밤이었다. 이전에는 선풍기 한 대로 충분했던 밤 시간이, 이제는 에어컨 없이는 단 10분도 버티기 힘든 열대야로 바뀌어 버렸다.
나는 광주 북구 일대에서 자취 중인데, 7월 초부터 몇 날 며칠 동안 밤새도록 한 번도 기온이 27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다. 단순히 ‘더운 밤’이 아니라, 몸에서 땀이 흐르고, 잠을 자다 여러 번 깰 정도로 불쾌한 고온의 밤이었다. 이 글은 내가 실제로 광주의 열대야를 경험하며 느낀 변화와 불편함, 그리고 그 원인을 추적한 기록이다. 기온 데이터뿐 아니라,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2. 광주의 열대야, 수치로는 설명 안 되는 현실
올해 광주는 7월 한 달 동안 20일 이상 열대야가 발생했다. 기상청 기준 열대야란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을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느낀 광주의 열대야는 단순히 수치로 설명되지 않았다.
나는 매일 밤 11시와 새벽 4시에 기온을 기록했고, 평균 27.5도에서 28.2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습도는 대부분 85% 이상, 심지어는 90%를 넘은 날도 있었다. 높은 습도와 함께한 고온은 땀이 증발하지 못하게 하면서 몸 전체가 끈적이고 불쾌한 상태를 만들었다.
에어컨을 켜고 자는 날도 많았지만, 밤새 켜 두면 전기요금이 무섭고, 끄면 금세 다시 더위가 덮쳤다. 나는 결국 선풍기 2대, 냉풍기 1대, 에어컨까지 총동원한 상태로도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이런 밤이 반복되면서 낮 시간 집중력도 크게 떨어졌고, 피로가 누적되었다. 실제로 근무 중 졸음과 두통을 겪는 일이 잦아졌고, 주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밤새 못 자서 너무 피곤하다”는 말이 일상적인 인사가 되었다.
기후 변화가 우리의 삶에 침투하는 방식은 이렇게 ‘밤의 질’을 바꾸며 나타나고 있었다.
3. 광주의 도시 구조와 열대야의 상관관계
광주는 다른 도시에 비해 중심가가 고밀도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으로 구성되어 있고, 녹지 면적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특히 광주 북구, 서구는 도로폭이 좁고, 고층 아파트와 상가가 밀집된 구조이기 때문에 바람이 통과할 틈이 없다.
이로 인해 열대야가 발생한 밤에는 도시 자체가 거대한 히터처럼 작동했다. 낮 동안 축적된 복사열이 밤에도 식지 않고 머물면서, 실내 온도는 창문을 열어도 전혀 내려가지 않았다.
게다가 2025년 들어 광주의 평균 습도 수치도 이전보다 5~10%가량 상승한 것으로 관측되었고, 이는 빗물 증발이 잘 되지 않거나 열대성 기류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시민들은 점점 더 이변에 가까운 기온 변화에 지쳐가고 있다. 실제로 SNS에는 ‘광주 폭염 인증’ ‘열대야 실시간 체감’ 등의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고, 밤에 편의점에서 얼음물, 아이스팩, 쿨매트 품절 현상도 자주 발생했다. 나는 한밤중에 마트에서 쿨패드(차가운 매트)를 사기 위해 줄을 서 본 적도 있다. 이는 단지 불편을 넘어서, 광주의 여름이 생존의 문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4. 기후 변화는 ‘우리 집 안방’까지 들어왔다
이번 여름을 지나며 나는 확실하게 느꼈다. 기후 변화는 이제 뉴스 속 이슈가 아니라, 우리 집 안방에 들어와 우리의 잠을 깨우고 있다는 것을. 광주에서 겪은 열대야는 단순한 더위가 아닌, 삶의 패턴을 바꾸고, 수면의 질을 파괴하고, 일상의 리듬을 깨는 위협이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기후를 피할 수 없다. 대신, 적응하고 대응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광주시는 야간 냉각을 위한 도시 녹지 확대, 건물 외벽에 열반사 소재 적용, 옥상 녹화 사업 등을 검토해야 하고, 시민 개개인도 무더위 대응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단지 더운 여름을 묘사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이 글이 광주의 변화된 여름을 기록한 하나의 ‘생활 보고서’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 콘텐츠가 우리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후 변화의 실상을 피부로 전달하는 창구가 되길 진심으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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