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

춘천의 겨울, 더 이상 눈이 오지 않는 계절이 된 걸까?

onlinerich-1 2025. 7. 5. 12:18

춘천의 겨울, 더 이상 눈이 오지 않는 계절이 된 걸까

1. 사라진 눈, 낯설어진 겨울의 시작

나는 춘천에서 대학을 다녔고, 이후에도 겨울이면 종종 이곳을 찾는다.
이 도시는 나에게 있어 늘 ‘하얀 겨울’의 상징이었다.
첫눈이 오던 날, 캠퍼스가 하얗게 덮이던 풍경, 발밑에서 뽀드득거리던 눈의 소리까지.
하지만 2025년 1월, 춘천을 다시 찾은 나는 믿기 힘든 풍경과 마주했다.
눈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겨울인데도 내리지 않은 눈과 여전히 말라 있는 산과 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기상청 기록상 춘천의 강설량은 꾸준히 감소 중이고,
2025년 1월~2월의 누적 강설량은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런 숫자보다 더 충격적인 건, 눈 없는 겨울에 내가 직접 서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춘천에서 겪은 겨울 풍경의 변화,
그리고 그 뒤에 숨은 기후 변화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2. 2025년 춘천, 눈 없는 겨울의 일상

춘천은 과거 매년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에 첫눈이 내렸다.
하지만 2025년은 1월 중순까지도 제대로 된 눈이 한 번도 오지 않았다.
나는 1월 둘째 주 주말에 춘천 중앙시장과 소양강 스카이워크, 강대 앞을 돌았고,
지면은 바짝 말라 있었고, 아이들이 눈싸움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한 카페 사장은 “올해는 눈 오는 날이 하루도 없어서 제설 작업도 안 했어요”라고 말했다.

눈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풍경’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시민 일상에도 큰 영향을 준다.
스노우 관광객이 줄었고, 겨울 한정 눈썰매장 예약률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소식도 들었다.
내가 숙박한 펜션은 작년 같은 시기 대비 예약률이 40%나 줄었다고 했다.
눈이 없으니 겨울 자체가 지워진 것 같은 도시,
그것이 2025년 춘천의 현실이었다.


3. 기후 변화로 계절의 개념이 바뀌다

춘천은 내륙성 기후로 겨울이 길고 추운 도시였지만,
이제는 그 특성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춘천의 평균 겨울기온이 1.2도 상승했고,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일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강설량의 감소와 함께 겨울의 본질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눈은 단순히 하얀 풍경을 만드는 요소가 아니라,
토양의 수분 유지, 지역 생태계의 순환, 겨울철 온도 조절 장치 역할을 한다.
눈이 오지 않으면 봄의 가뭄이 심해지고,
농업에도 영향을 미치며, 산불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춘천의 겨울은 이제 과거의 겨울이 아니며,
기후 변화가 계절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


4. 변화를 기억하고, 함께 기록해 나가야 할 시간

춘천은 지금까지 ‘겨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이미지마저 바뀌고 있다.
2025년의 겨울을 직접 겪으며 나는 확신하게 되었다.
기후 변화는 계절의 감각을 무너뜨리고, 지역의 정체성까지 바꾸고 있다.

우리가 지금 느끼는 작은 이상 현상들은,
앞으로 더 큰 변화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이런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춘천에서의 이 기록을 시작으로,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계절의 흔들림을 계속 관찰할 것이다.
우리의 관찰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그리고 이 변화가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